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오름 이야기

'오름' 이야기를 시작하며

김창집 2001. 11. 14. 18:45
△ '오름 이야기'를 시작하며

'오름'이란 독립된 산 또는 봉우리를 이르는 제주어인데, 그것은 곧 화산섬(火山島)인 제주도 한라산 자락에 널려 있는 기생화산체들을 가리킨다. 제주도에서 발간한 <제주의 오름>에 의하면, 그 수가 368개로 섬 하나에 있는 기생화산의 수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지중해 시칠리아섬 에트나산 기생화산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잘못이다(약 260여 개). 그 밀도를 따져 보면 약 5.5㎢에 하나 꼴로 특히 한라산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부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오름’이라는 말은 본디‘오르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는데,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려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르면서 한줌씩 떨어뜨린 흙덩이가 오름이 되었다는 재미있는 전설도 갖고 있다. 그러나 지질학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오름들은 2만5천년∼10만년 전의 화산 활동으로 형성됐으며, 1002년(고려 목종5)과 1007년에 화산이 폭발했다는 기록도 있다. 오름의 형태는 끝이 무딘 원추형이 많은 편이지만, 엎어진 주발이나 거룻배 모양인 것도 있다. '굼부리'(분화구)의 형상도 원추형(산방산), 원형(아부오름), 말굽형(용눈이오름), 원형+말굽형(도너리오름) 등 매우 다양하다. 또한 물장올, 논고악, 거문오름, 사라오름, 물영아리 등의 분화구에는 한라산 백록담 같은 화구호(火口湖)가 형성돼 있다.

제주도의 오름은 그 오름을 이고 사는 마을 사람들의 상징이자 신앙의 대상이요, 죽어서 돌아갈 북망산이 있는 안식처였다. 한 때는 부당한 외세에 대한 제주 사람들의 항쟁 거점이 되기도 했으며, 4·3 당시에는 많은 오름들이 유격대의 활동 근거지가 되었는가 하면, 무고한 많은 양민들이 학살 터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일부 훼손된 곳도 있지만 저마다 제자리에서 독특한 모습으로 남아 살아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요즘 오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오름에 오르는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 보니, 오름에 대해 왜곡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갈수록 오름도 훼손되어 간다. 그런데, 일찍부터 오름을 좋아하여 한 달에 10개 정도의 오름을 오르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필자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기행문 형식의 '오름 이야기'를 통하여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철 따라 피어나는 들꽃 이야기, 그리고 파괴되는 생태계의 아픈 모습을 찾아 여러분께 전하려 한다.
주소 jib17@daum.net

*** 사진 위는 산북에서 가장 두드러진 어승생악(양영태 찍음)의 설경이고, 아래는 영화 '이제수란' 촬영 세트가 보이는 아부오름(김기현 찍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