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생이 한 마리

김창집 2012. 1. 6. 23:03

 

제주어로 쓰는 산문(4)

 

                                                생이 

    

  우리 속담에 ‘생이  리로 일뤳 잔치여도, 다리  착 남앙 사돈칩이 졍 들어가당 대문에 걸린뎅’ 는 말이 이십주. 요즘 사름덜 그 말 들으문 엄지손까락 귀엔 안 들어갈 셍그짓말이렌 웃어붑디다. ‘생이 리’엔 도 아닌 생이를 말는 거 아니우까. 두린 때 보난 우리 궨당 어른덜이 식게 끝난 음복멍, 짠짠 생성 대가리 전 술  뒈는 먹읍디다마는.

 

 경문 이건 어떵 우까? ‘락 데맹이 나로 막* 상뒤 멕이당 남나’, 또시 ‘생이 다리  착으로 일뤠잔치 다’, 이런 말덜…. 그런 말이 라가지 이신 걸 보문 아명여도 그 소곱에 지픈 뜻이 신거 닮아마씀. 이런 땐 머리로 듣젠 마랑 가심으로 들어사  거우다. ‘아명 족은 거라도 사이좋게 나누엉 먹어사 덴’ 소리 아닌가마씀?

 

 

 단 보난 저실 들엉 눈 올 때, 생이 잡아 먹어난 생각이 남수다. 눌굽 듸* 눈 펜펜게 꼴앙, 그 우터레 좁 뿌령 큰 바구리 엎엉, 댓가지로 바투앙 그 끗댕이에 실 묶엉 창문 트멍으로 엿보당, 생이 아왕 그 소곱으로 들어가문, 확 아댕경 잡는 겁주. 생이나 총데기가 어떵사 근지, 는 거 하나라도 잡으문 오죽 지꺼졍 엿수가?

 

  ‘나도 지가 보켜, 나도 지가 보켜.’ 레 돌리당 확! 아가불문 눈만 클딱영 다시 잡젠 문, 생이 류와분 사름은 줴인 아닌 줴인이 뒈영, 잡앗단 생이 보단도 더 가심이 탕탕 뛰어십주. 경여도 다시 나라도 잡아불문 덜 미안주마는.

 

 

 또시 잡으문 이번엔 아무도 못 짓게 영, 털 복복 매여뒁 보리낭 불에 확 기시령 소곰 솔솔 뿌령 화릿불에 구우문 그 냄새만 맡아도 춤이 들깍들깍 려가십주. 다 궈졍 꼼썩 태와주문 어떵사 경 베지근 삭 씹으멍 집이 강 동싕덜신디 자랑당 어멍아방신디 욕 듣곡.

 

  잇날 생각을 여보십서. 동네에 식게만 넘어도 떡  착이라도 갈랑 먹곡, 영장 치루젠 문 골반 페왓수게. 요즘이사 하영 신 사름은 멧억썩 지곡, 으신 사름은 그자 번찍 놓으난, 신 사름이 아무것도 으신 사름신디 손을 약간 페와사  때우다. 어려울 때 사름 살령 놔두민 그 공덕은 어드레 안 갑니다. 그자 먹기 좋아는 사름은 아명 줘도 더 하영 주는 사름신디 가불주마는….

 

 

  요지금 농 짓어봐야 비료깝, 농약깝, 일쿰*여불문 남는 거 읏곡, 미깡*이나 하간 채소는 생산여 놔도 깝 안줭 미약이 쎅일 때가 하 놓으난, 농 못 지시켄 젊은이덜 아나분 집 늙신네덜이 이젠 질로 오멍 못 나이가 뒈어서, 피 사는 사름덜이 살펴볼 때가 아닌가 염수다.

 

 말 으멍 생각하여 보난 잇날 초집 처마 숭숭 라진 고망에 손 디물랑 생이 잡단 생각이 남수다. 저실 드난 베염은 으실 거엔 지레 짐작멍, 경여도 용기 내영 에*짹이 지강, 똣고 포근 게 손에 심져지문 어떵사 반가운지.

 

 

 올흰 이상기후로 너미 얼켄 설레발이우다. 벌써 똣  굴묵 어귀가 그리와졈신게마씀. 써넝 방에서 밤새낭 독독 터는 이웃이 으신지 돌아볼 때우다. 밥은 영 먹어나신가 밥통도 아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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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의 속칭.

* 듸 : 곁[側] 또는 가까운 곳.

* 일쿰 : 품삯.

* 미깡 : 일본어 표기인데 '밀감'.

* 에 : 둥우리.

                                                           --계간 의정소식지 'Dream Jeju 21'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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