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오름 이야기

겨울이면 봄도 머지않으리

김창집 2015. 1. 24. 23:31

 

왼쪽눈 백내장 수술을 한 지 엿새째,

모처럼 기지개 펴고 오름에 올랐습니다.

 

하긴 입춘을 열흘쯤 앞두고 있는 시기여서

이른 봄나들이 갔다고 해도 무방하겠지요.

 

이번 겨울은 12월 1일부터 근 한 달간 춥더니

1월에는 따뜻해 화신(花信)도 은근히 기대하면서

대천이오름 입구 조그만 시내를 찬찬히 뒤졌는데,

새끼노루귀 꽃이 벙글었고,

털괭이눈도 이렇게 입을 벌렸습니다.

 

문득 셸리(Percy B. Shelly)의

‘서풍의 노래(Ode to the West Wind)’

마지막 구절이 입가에 맴돕니다.

 

“내 입을 통해 잠자는 대지에게

예언의 나팔이 되어 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

   

 

♧ 가는 겨울 그리고 봄이 오는 길목 - 나상국

 

가는구나 올 때처럼 그렇게 흩날리어

머나먼 길 찾아서

또 그렇게 많은 날을 흩날리어 가는구나

너 오는구나 오고 있구나

땅속 두꺼운 얼음 켜켜이 밀어 올리고

피어나는 설련화 노랑 꽃 앞세워

봄의 전령사 되어

봄을 가늠하여 오는구나

차가운 구들장 얼음 속 발 담그고

온몸으로 몸부림치더니

솜털 옷 두껍게 입은 버들강아지

바람난 처녀의 봉긋 벙글어 오른

가슴 같은 설레임 으로

손 흔들며 산들산들 흔들리며

워킹 하듯 오는구나

저 추운 시베리아 너른 벌판

꿈에도 그리던

네 고향을 찾아서 떠나가는

찬 겨울 바람

가지 말라고

붙잡아도 갈 것이고

봄 오는 너는

오지 말라고 길목을 막아도

올 것이다

 

오는 너는

너른 학교 운동장 담벼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파릇파릇

고사리같이 어린 손 흔들어

어린 시절 코흘리개 친구들의

쫀드기 같은 기억속

봄을 이야기 하겠지

   

 

♧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희숙

 

살아서 외로웠던 사람

더는 외롭지 말라고

선물처럼 두고 온 서향 한 그루에서

죽어서 더 그리운 사람들이

별꽃처럼 피었다는 소식이

안부처럼 들려

반가운 마음에

천 리를 걸어서도 만나고 싶은

이름들에 편지를 씁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오랜만의 안부가 마음에 걸려

정작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서향 꽃잎에 묻어둔 채

안녕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그곳도 봄인가요? 라고 고쳐 썼다. 지우고

살아서 외로웠던 사람에게 라고 써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성급하게 건져 올린 소식들을 띄웁니다

   

 

♧ 내 마음에 봄이 오는 소리 - 정은아

 

창가에 스며드는

고운 햇살 한 줌 으로도

 

일상의 행복 가득 담은

하얀 미소로도

 

감출 수 없었던

마음의 그림자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 소리에

무거운 빗장이 풀릴줄이야

 

겨우내 시려웠던

내 마음에도

이제 봄이 오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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