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샹글리아를 찾아서 1

김창집 2015. 12. 3. 12:11

* 송찬림사(위)와 들어가는 문(아래) 

 

♧ 소 포탈리아궁으로 불리는 쑹찬린쓰

 

  다음에 찾은 곳은 중덴(中甸) 시내에서 서북쪽으로 5km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쑹짠린스(松贊林寺)였다. 300년의 역사를 가진 티베트 사원으로 ‘작은 포탈라궁’이라 불린다. 원래는 ‘간덴 쑴첼링 곰파’였으나 지금은 중국식으로 ‘쑹찬린쓰(松贊林寺)’로 부르고 있다.

 

  1679년 제5대 달라이라마에 의해 건립되었으나 문화혁명 때 훼손된 것을 재건하여, 지금은 600여 명이나 되는 승려가 이곳에서 살고 있다. 5층 건물인 사원 1층에는 노란 모자를 쓴 라마승을 그린 다양한 벽화가 있으며, 이 사원의 주 사원인 자창사원과 지캉사원은 건물군의 제일 위 중앙에 위치해 있다. 남쪽을 향한 사원은 5층의 티베트 형식 건축으로 비첨은 또 한족 사원의 형식을 따랐다.

 

* 아직도 증개축을 하는 곳(위)과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아래)

 

  사원의 승려는 활불(活佛)과 자바 두 부류로 나누고 활불 외의 승려는 나뉘고 승려는 학력 및 지력에 따라 10여 종의 직무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티베트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은 유구하고 독특한 인문경관을 보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

 

  우리는 시간을 정하여 한 바퀴 돌아 나오기로 하고 쑹찬린쓰 사원 문안으로 들어섰다. 사원이 해발 3,270m 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고산증을 느끼지 않으려고 천천히 걸어 들어가 왼쪽 포토라인에서 밖의 풍경을 촬영한 후 여러 건물은 차례로 돌아다녔다. 금빛 찬란한 지붕과 독특하게 꾸며진 건물 안을 보며 촬영도 했다. 이곳은 티베트 땅이었지만 중국정부에 의해 강제 분할되어 윈난성에 속하게 되었고, 불교가 티베트로 넘어온 뒤 밀교형식으로 정착된 라마불교 사원이다.

 

  그래서인지 넓은 사원 안을 돌아보니, 불당은 비교적 위쪽에 자리하고 아래는 다 허물어져 가는 승려의 거주지도 있다. 티베트인들은 의무적으로 누구나 수도승의 기간을 거쳐야하는데 사원에 들어와 있는 동안은 사원 안이나 근처에 거주하면서 출퇴근하듯이 수도승 기간을 지낸 후 계속 승려로 남거나 다시 환속하게 된다. 한 바퀴 돌아본 일행은 그곳을 나와 밖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랐다.

 

* 찬란한 황금빛으로 장식한 사원의 탑과 지붕

 

■ 2015년 4월 18일 토요일 맑음

 

♧ 샹그릴라를 찾아서

 

  원래 ‘샹그릴라(Shangri-La)’는 영국작가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이 1933년에 발표한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 나오는 숨겨진 낙원 이름이다. 작품 속의 샹그릴라는 티베트 쿤룬산맥(崑崙山脈)에 있는 라마교 사원 공동체로 신비스런 이상향으로 묘사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휴 콘웨이 일행은 북인도로 가던 중 비행기 불시착으로 인해 히말라야 산맥 너머의 숨겨진 땅 ‘샹그릴라’에 들어가게 된다. 샹그릴라가 있는 곳은 티베트어로 ‘푸른 달(Blue moon)’을 뜻하는 ‘카라칼’이란 이름의 거대한 설산(雪山)이 있는 계곡이다. 이 세상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에 놀란 주인공 일행은, 서양과 동양의 문명이 절묘하게 조합된 샹그릴라의 높은 문화 수준에도 감탄하게 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천천히 늙으며 일반적인 수명을 넘어 거의 불멸(不滅)의 삶을 살아간다. 샹그릴라는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되어 있으며, 모든 근심과 고통에서 해방되어 평화로운 생활이 가능한 천국 같은 곳으로 그려진다.

 

* 저녁식사를 하러가는 우리를 맞는 장족(티베트족) 여인들(위)과 초르텐 모형(아래)

 

  ‘잃어버린 지평선’은 출간 이후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두 차례에 걸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후 ‘샹그릴라(Shangri-La)’라는 말은 지상낙원(地上樂園)이나 유토피아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소설의 영향으로 샹그릴라 계곡이 자리 잡은 곳으로 추정되는 중국 서남부의 고원지대를 통틀어 ‘동티베트 샹그릴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정부는 이에 착안하여 2001년 중국 티베트 지역 중뎬(中甸)현을 샹그릴라(香喀里拉)로 개명하여 관광지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소설 속의 샹그릴라는 티베트 불교 전설에 등장하는 신비의 도시 샴발라(香色拉)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샴발라는 산스크리스트어로 ‘평화, 고요한 땅’을 의미하며, 중앙아시아 어딘가에 숨겨진 신비의 왕국 ‘아갈타(阿竭陀)’의 수도로 전해진다. 아갈타 왕국은 거대한 지하 왕국으로 하이프로빈이라 불리는 거인족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늘 푸르고 고통이 없는 신선들의 낙원과 같은 곳이다.

 

  샹그릴라는 티베트 불교에서 말하는 ‘베율(Beyul)’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베율은 티베트 불교의 창시자인 파드마 삼바바(蓮華生上師)에 의해 예언된 전설의 지역이다. 8세기에 파드마 삼바바가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 티베트 고원을 둘러보다 발견했다고 하며, 히말라야 곳곳에 여러 곳의 베율이 숨겨져 있다고 전해지는데, 1998년 미국의 탐험가 이안 베이커가 티베트 창포강 상류 부근에서 베율의 입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 중국이 자랑하는 푸다춰 국가삼림공원 입구 상징물(위)과 야크떼들(아래)

 

* 트래킹 장소 수두하이(屬都湖) 표지판(위)과 차에서 내려 출발 준비를 하는 모습(아래)

 

* 나무 테크판 위를 걷는 일행(위)과 호숫가에 있는 고산성 버드나무들(아래)

 

* 호수 일부(위)와 주변에서 노는 말떼(아래)

 

* 호수와 주변을 걷게 만든 테크 위 사람들

 

♧ 샹글리아 푸다춰 국가삼림공원

 

  사실 ‘샹글리아’는 티베트어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이다. 그야말로 이상향(理想鄕)이라는 뜻일 테다. 중국 당국은 중덴(中甸)이 바로 그곳이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느낌을 못 받았다. 오늘 아침 가는 푸다춰 삼림국가공원이 바로 그런 곳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그곳은 과연 그럴 것 같은 느낌이었고, 가이드가 말한 6~7월이면, 호수에 떨어진 두견화를 먹은 물고기들이 취한 듯 뒤집혀 수면 위를 둥둥 떠돈다는….

 

  아침에 차를 타고 가면서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푸다춰 삼림국가공원은 2007년에 중국의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공원 안에 있는 호수인 비타하이(碧塔海)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고, 해발 3,500여m에 위치한 고원 삼림지대로 삼나무 숲과 호수, 초원 방목지가 장관이라 소개되었다. 공원 안에는 수두하이(屬都湖)와 비타하이의 트레킹코스가 조성되어 있으며, 미리탕 목장을 관람할 수 있다 한다.

 

  차에서 내리고 보니, 주변은 너무 을씨년스럽고 춥기까지 하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대로 고지대여서 산소깡통을 사느냐 마느냐 망설이다 셔틀 버스를 타러 가는데, 어느 일행들을 보니, 긴 우의를 빌려 입고 걸어간다. 드디어 셔틀 버스를 타고 출발했는데, 야크들이 보이고 공원을 살피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이제야 풀이 돋아나기 시작한 공원은 아직도 어두운 색을 띠고 있어 너무 이르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직은 때가 일러 칙칙한 빛으로 보이는 수두하이(屬都湖) 호수

 

* 옆에 다가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야크와 먼저 핀 복수초를 닮은 꽃

 

* 이곳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송라(고산 이끼류)

* 주변이 온통 초록이고 물빛과 하는 빛이 푸르렀으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인터넷을 검색하면 초록색 융단 위에 많은 들꽃이 피어나고 사방에 짙은 초록빛 나무와 맑은 호수가 나오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하고 자세히 살피니 양지쪽에 이제야 앵초가 하나둘 보인다. 우리 제주도는 위도상으로는 아주 북쪽이지만 4월 중순이 한창 봄인데, 이곳은 바다가 멀고 해발 3,700m이다 보니, 6~7월이 되어야 봄인 것이다.

 

  아무려면 어떠랴 싶고 그냥 멋있게 즐기리라 생각했는지, 일행은 차에서 내려 수두하이(屬都湖) 호숫가를 따라 만든 나무 테크를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기분이 좋아지는지 즐거워한다. 맑은 물과 호수 그리고 알맞게 솟아 있는 오름 모양의 낮은 산들, 보기만 하여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회색 구름이 아무래도 사진을 어둡게 한다. 물가에 모여 있는 버드나무는 고산에 적응이 잘 되는 고산류(高山柳)로 ‘고산성 버드나무’라 우리 글로 쓴 안내판이 서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송라(松蘿)도 여러 나무줄기에 많이 걸렸다. 그래도 모처럼 처음 보는 야크 떼가 곁에서 놀고, 다람쥐가 노니는 삼나무숲도 좋았고, 호수에 잠긴 고목도 운치가 있었다.

 

* 설산에서 봄을 알리는 보라색 꽃(아래는 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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