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권경업의 봄 시편과 노루귀

김창집 2016. 2. 24. 00:11

 

♧ 봄

 

혹독한 얼음장 아래

비수의 날 끝으로 품은

시퍼런 씨눈

 

완전한 자유

그 자유를 쟁취하는

길 없는 산

 

모든 것이 길인 산으로 간혹

핏빛 참꽃을 밟으며 오는

찬란한 모반謀叛

 

 

♧ 춘우春雨

 

아픔이 저리도 아름답구나

쓰려다 쓰려다 남겨 논

마지막 연서戀書, 얼룩진 여백으로

조개골 산목련이 진다

 

누군들 강이 되고 싶지 않으리

머무는 듯 흘러

먼 바다 가 닿고 싶지 않으리

 

여울목 미어짐도 그 무엇도

이제는 꼭꼭 품고 갈

속 깊은 강물일 사람아

다리쉼하는 나루 날은 저물어

꽃 진 자리 쓰리고 쓰린

내게는 아직도 아픔이기에

 

산목련 지는 날은 겨울보다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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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목련 : 함박꽃 

 

 

♧ 꽃샘바람

 

평촌리 논두렁 바람

어제는 나물 캐는 처녀 치맛자락 놔두고

오후 내내 신밭골 과수원 탱자울 가 서성이더니

오늘은 가슴 부푼 능금꽃 짐벙지게 피웠습니다

 

이 저녁 조갯골 골바람 시샘을 해

내일은 도래샘터 살얼음 다시 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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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촌리 : 산청군 삼장면 대원사 아랫동네

 

 

♧ 어서 오소

 

춘곤증 아지랑이 앞세워

무제치기 넘어 봄이온다

어서 오소, 어서 오소

그리운 님 오실 길에

참두릅 개두릅

참취 곰취 어서 오소

모싯대 참나물 홑잎나물도 어서 오소

연둣빛 녹녹한 뻐꾸기 소리

다정한 님 팔베개 이제사 다 잊겠소

날밤 새운 엄동도 한나절 졸음에

양지녘 등 기대고 그 품에 다 잊겠소

 

 

♧ 참꽃이 지면

 

골골에 지는 저 꽃송이

허릅숭이 속 갈피에

마른 꽃잎으로 간직하렵니다

 

쉬 마음 둘 데 없는 세상길

어찌 저 꽃잎, 다시

꽃물 들 날 있겠습니까만

내 아버지 생전生前에 바라시던

봄이 오는 그리운 나라

그 나라 봄이 오면

핏빛 울음, 핏빛 울음처럼 스러지더라며

그 모습 그대로 전하렵니다

   

 

♧ 솔꽃 내음

 

여보게 이 나른한 봄날

솔꽃 내음 같은

그리움 하나

 

참으로

참으로 희한한

이 어질머리

난들 어떠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