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황금녀 시 '아방 잇어시민'

김창집 2016. 5. 25. 11:37



♧ 아방 잇어시민 - 황금녀

 

  샛사시미에 물 봉봉 들곡 

  옷 맨들락이 벗어두엉 몸 으미옌 숨 멍 객객 바당물에 봉 먹으멍 후활후활 여가멍

  숨 방귀도 곡 얼엉 독독 털멍 곡지 “곡”

  물 짝 싸민 돌 트멍트멍 고망고망 숙데기멍 홈푸멍

  수두리보말, 메옹이, 코으레기, 먹보말, 멩지보말,

  니치름보말, 마타실보말, 셍이보말, 쪼작보말

  군벗도 떼곡, 조쿠젱기, 구살, 오분제기

  돌고망 고망 숙데기멍

  먹보말인가 영 앗아내영 보민 먹돌셍이도 줏어지곡

  지름깅이, 콩깅이, 불턱깅이, 모살깅이, 돌킹이, 털깅이, 걲깅이, 듬북깅이, 깅이 덜이

  화륵화륵 발발발발 기여 댕기곡

  문주리도 봐지곡

  고망우럭, 물토세기, 객주리, 졸락, 어랭이, 코생이, 락, 베드레기, 모살치, 메역치, 미 잡아당

  베 갈랑 랑 나는 벳디 팟삭 류왓당 불망굴에 구웡 상에 올리곡

  , , 청각, 미역세, 레, 가시리는 류왓당 앙 냉국영 먹곡

  갯구두린 우미 맹글앙 먹곡



  “물날 바당은 친정보단 낫뎅” 는디

  질구덕에 바릇잡이 영 오당

  늣 돋은 돌에 닝끼리멍 자빠지멍

  입만 아웃아웃

  바당을 잘도 히영 댕기멍

  등땡이 잘도 캐우단 아으덜

  아방 잇어시민

  바릇잡이도 디 가시컬

  능락거리멍 기십도 나시컬

  제피섭 동동 티운 자리훼국, 물웨장국

  우미냉국도

  이녁 껏더레 앚앙 갈랑 먹어시컬

  바릇잡이 강, 왕 보민

  를해원 굶은 덜은

  땅만 그너내멍 땅만 조삼시곡

  정짓모롱엔 보말닥살만 ㄹ그랑

          (황금녀 시집 ‘베롱 싀상’, 도서출판 각, 2016.)

 

 

□ 아빠 있었으면(대역 : 김창집)


  샛사시미에 물 가득 밀려들고 잔잔해지면/ 옷 홀랑 벗어두고 멱감느라 숨 막히며 칼칼한 바닷물에 복먹으며 활활 헤엄치며/ 숨방귀놀이도 하고 덜덜 떨며 딸꾹질 “딸꾹딸꾹”/ 물 바짝 싸면 돌 틈새마다 구멍마다 쑤시고 후벼내며/ 참고둥, 두드럭고둥, 울타리고둥, 구멍밤고둥, 명주고둥, 침배고둥, 피뿔고둥, 개울타리고둥, 뿔고둥/ 군부도 떼고, 작은 소라, 성게, 떡조개/ 돌구멍 구멍마다 쑤시면서/ 구멍밤고둥인가 해서 꺼내 보면 검은돌멩이도 주워지고/ 무늬발게, 콩게, 꽃게, 돌게, 털게, 칠게, 동남참게, 말게 등이/ 화륵화륵 발발발발 기어 다니고/ 말미잘도 보이고/ 돌우럭, 군소, 쥐치, 노래미, 용치놀래기, 놀래기, 볼락, 베도라치, 보리멸, 메기, 쏠종개, 해삼 잡아다가/ 배 갈라 쨍쨍 나는 볕에 바짝 말렸다가 숫불에 구워 상에 올리고/ 모자반, 톳, 청각, 미역세, 파래, 우뭇가사리는 말렸다가 빨아 냉국해서 먹고/ 우뭇가사리는 우무 만들어 먹고/ “썰물날 바다는 친정보다 낫다고” 말하는데/ 큰바구니에 해산물 잡고 오다가/ 이끼 돋은 돌에 미끄러져 자빠지며/ 입만 벙긋벙긋/ 바다를 잘도 헤엄쳐 다니며/ 등을 잘도 태우던 아이들/ 아빠 있었으면/ 해산물 잡으러도 함께 갔을 걸/ 거드럭거리며 기를 폈을 걸/ 초피잎사귀 둥둥 띄운 자리횟국, 오이냉국, 우무냉국도/ 자기 곁에 앉아 나눠 먹었을 걸/ 해산물 잡이 다녀와 보면/ 하루종일 굶은 닭들은/ 땅만 그러내며 흙만 쪼아대고/ 부엌 모퉁이엔 고둥껍질만 수북

 

 

---

* 샛사시미 : 함덕해수욕장 옆 바닷가.

* 복먹다 : (숨 때문에 억지로) 물마시다.

* 숨방귀 : 물속에서 숨을 불어 방귀소리처럼 내는 기포 놀이.

* 게, 고둥 : 제주의 게나 고둥은 정리되어 있지 않아 임의로 풀이함.

* 화륵화륵 : 당황하여 이리저리 바삐 헤매는 꼴.



'제주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녀 '요즘엔 딴 세상'  (0) 2016.09.16
양전형의 시 '목심'  (0) 2016.09.11
황금녀 시 '이녁 이녁은'   (0) 2016.05.19
양전형의 '복수초'  (0) 2016.01.31
별헤는 밤 - 윤동주(제주어 역)  (0) 2016.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