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그적인(그때는) - 황금녀

김창집 2017. 7. 6. 10:41


그적인

 

그적인 시알광, 엉탁광

의논족족 단 보난

풀꽃덜도

날 본숭 만숭더고

 

넘으난 넘은 일덜

튼내당 보민

가르삭삭 삐여진 벨빛 달마그넹에

다분게 고운 심질 폭 안앙 살 컬

양지 벌겅

훈적 붙영 도시리는 건 아니우다,

말로 멘쭈우는 것도 아니우다,

앙앙불락 멍 입바윈  뽐은 나오멍

어국누국 엇이 풀 안살 일 놩 발도당 치멍

뭇 국 뒈씨멍 살단

적관 썰 다까보는 거우다,

     

 

그때엔

 

그때엔 시기와 욕심과

타협하다 보니

풀꽃들도

날 본체만체 했었는데

 

지났으니 지난 일들

이제 생각해보면

사방으로 흩어진 별빛 같아서

차분하게 고운 마음 꼭 품고 살 걸

얼굴 빨게 지면서도

과장해서 말하는 건 아닙니다.

말로 치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잔소리에 불끈 화를 내며 입은 한 뼘은 나오며

쉴 새 없이 보람 없는 일 놓고 발 동동 구르며

사뭇 몸부림치며 살던

겪은 일 조금 정리해 보는 겁니다.


       * 황금녀 제주어 시집 '근 이 청멩케 넘어감서고'(도서출판 담론, 2017)에서

       * 사진 : 하늘타리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