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양전형 제주어시집 '굴메'와 등심붓꽃

김창집 2018. 5. 30. 12:37

 

굴메

 

는 무사

죽금살금 나만 란 오몽염시

 

늘 일러 불카부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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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넌 왜/ 죽자살자 나만 따라 움직이니//

너를 잃어 버릴까봐서 그래

   


 

 

구룸 나그네

   

할로산 등리에 구름  점 앚앗네

칮어지곡 헌헌 옷 히영 허운데기

지 날 태완 오젠 잘도 버친 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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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나그네

한라산 등마루에 구름 한 점 앉았네/ 갈기갈기 해진 옷에 백발 성성한 머리/ 예까지 날 태워 오느라 많이 지쳤나보네

   

   

시간

 

무사 영 시간이

빨리 가불엄신고예

 

감샤?

시간은 가는 게 아니랑 오는 거여

   

가부난 이 나가 뒈여수게게


아이도 ,

그 시간의 물은

느 몸광 음에 들어가는 거고

겁덕만

어드레산디 데껴불엇주기

게난,

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


느량 오기만 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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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버리는지요// 간다고? 오는 거지/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거여// 모두 가 버리니 이 나이가 되었지요// 얘도 참,/ 그 시간의 알맹이는/ 너의 몸과 마음에 들어가는 거고/ 껍데기만/ 어디로인가 던져버린 거지/ 그러니,/ 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 항상 오기만 하는 거지

   

 

   

꼿 송이

   

나도 이 시상 꼿 송이

어제도 간디 슴으로

익숙게 밤새낭 젓어뎅기지

 

게고 뜰림읏인 아척

베롱이 터진 나 눈

 

마당에 신 강낭꿰 고장덜


방읏방읏 에서 깨어난다

 

아이고 주(),

이 뚜럼도 저영


야게기 들르멍 피어나게 여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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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

나도 이 세상 꽃 한 송이/ 어제도 가는 데 마음으로/ 익숙하게 날밤질// 그리고 어김없는 아침/ 게슴츠레 뜨여진 내 눈// 마당에 있는 해바라기 꽃들/ 방긋방긋 잠에서 깨어난다// 아이고 주(),/ 이 못난이도 저렇게/ 고개 들며 피어나도록 해 주소서!

     

  

 

바퀴벌레

   

어둑곡 습

으슥진 딜 아뎅이는

바퀴벌레여, ,

나 구들에 들어사질 말라

우린 ᄀᆞᇀ은 찔레

만나믄 똑

서로 죽여사 사느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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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어둡고 습하고/ 으스스한 델 날아다니는/ 바퀴벌레여, 제발,/ 내방에 들어서지 말게/ 우린 같은 과/ 만나면 꼭/ 서로죽여사 사네

   

 

 

꼿 ᄀᆞᇀ은 사름 뒈라

 

사름덜은

꼿 장미 저건 호박꼿

류는 디

 

꼿덜은

이 사름 저 사름 안 류왕

똑ᄀᆞᇀ이 웃어주느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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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같은 사람 되자

사람들은/ 명자꽃 장미 저건 호박꽃/ 가리는데// 꽃들은/ 이 사람 저 사람 구분 없이/ 똑 같이 웃어주네

     

  


장마비 리는 날

   

어기서산디 서창 소리들린다

가난고 서난 춘식이 어멍 저싱 간 날

저영 울단 그 집 족은 추룩

를내낭 흘착흘착 는 소리

 

저싱질 흑 뀌작뀌작 가기 궂일 건디


남은 식솔덜 뜬 소리

   

시상 득 추륵추륵 는 거 보난

드지 말라 난 안 감시녜게

어멍도 설룹게 울멍 간 생이라

아이고, 나 상 앞이서도 날 소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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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내리는 날

어디선가 구슬픈 소리 들린다/ 가난하고 서러운 춘식이 어멍 저승 간 날/ 저리 울던 그 집 막내딸처럼/ 하루종일 훌쩍훌쩍 하는 소리// 저승길 흙 질척여 가기 궂을 텐데/ 남은 식구들 모두 목 잠긴 소리// 세상 가득 주룩주룩 하는 걸 보니/ 제발 걱정들 말아라 나는 날아가니까 하며/ 어멍도 섧게섧게 울며 간 듯/ 아이고, 내 상 앞에서도 날 소리들

 

 

                        * 양전형 제주어 시집 굴메’(, 2018.)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