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메
는 무사
죽금살금 나만 란 오몽염시
늘 일러 불카부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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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
넌 왜/ 죽자살자 나만 따라 움직이니//
너를 잃어 버릴까봐서 그래
♧ 구룸 나그네
할로산 등리에 구름 점 앚앗네
칮어지곡 헌헌 옷 히영 허운데기
이지 날 태완 오젠 잘도 버친 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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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나그네
한라산 등마루에 구름 한 점 앉았네/ 갈기갈기 해진 옷에 백발 성성한 머리/ 예까지 날 태워 오느라 많이 지쳤나보네
♧ 시간
무사 영 시간이
빨리 가불엄신고예
감샤? 왐ㅅ주
시간은 가는 게 아니랑 오는 거여
가부난 이 나가 뒈여수게게
아이도 ,
그 시간의 물은
느 몸광 음에 들어가는 거고
겁덕만
어드레산디 데껴불엇주기
게난,
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
느량 오기만 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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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버리는지요// 간다고? 오는 거지/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거여// 모두 가 버리니 이 나이가 되었지요// 얘도 참,/ 그 시간의 알맹이는/ 너의 몸과 마음에 들어가는 거고/ 껍데기만/ 어디로인가 던져버린 거지/ 그러니,/ 시간은 가는 게 아니고/ 항상 오기만 하는 거지
♧ 꼿 송이
나도 이 시상 꼿 송이
어제도 간디 슴으로
익숙게 밤새낭 젓어뎅기지
게고 뜰림읏인 아척
베롱이 터진 나 눈
마당에 신 강낭꿰 고장덜
방읏방읏 에서 깨어난다
아이고 주(酒)여,
이 뚜럼도 저영
야게기 들르멍 피어나게 여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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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한 송이
나도 이 세상 꽃 한 송이/ 어제도 가는 데 마음으로/ 익숙하게 날밤질// 그리고 어김없는 아침/ 게슴츠레 뜨여진 내 눈// 마당에 있는 해바라기 꽃들/ 방긋방긋 잠에서 깨어난다// 아이고 주(酒)여,/ 이 못난이도 저렇게/ 고개 들며 피어나도록 해 주소서!
♧ 바퀴벌레
어둑곡 습곡
으슥진 딜 아뎅이는
바퀴벌레여, 다,
나 구들에 들어사질 말라
우린 ᄀᆞᇀ은 찔레
만나믄 똑
서로 죽여사 사느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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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퀴벌레
어둡고 습하고/ 으스스한 델 날아다니는/ 바퀴벌레여, 제발,/ 내방에 들어서지 말게/ 우린 같은 과/ 만나면 꼭/ 서로죽여사 사네
♧ 꼿 ᄀᆞᇀ은 사름 뒈라
사름덜은
멩꼿 장미 저건 호박꼿
류는 디
꼿덜은
이 사름 저 사름 안 류왕
똑ᄀᆞᇀ이 웃어주느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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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같은 사람 되자
사람들은/ 명자꽃 장미 저건 호박꽃/ 가리는데// 꽃들은/ 이 사람 저 사람 구분 없이/ 똑 같이 웃어주네
♧ 장마비 리는 날
어기서산디 서창 소리들린다
가난고 서난 춘식이 어멍 저싱 간 날
저영 울단 그 집 족은 추룩
를내낭 흘착흘착 는 소리
저싱질 흑 뀌작뀌작 가기 궂일 건디
남은 식솔덜 목뜬 소리
시상 득 추륵추륵 는 거 보난
다 드지 말라 난 안 감시녜게 멍
어멍도 설룹게 울멍 간 생이라
아이고, 나 상 앞이서도 날 소리덜
---
♣ 장맛비 내리는 날
어디선가 구슬픈 소리 들린다/ 가난하고 서러운 춘식이 어멍 저승 간 날/ 저리 울던 그 집 막내딸처럼/ 하루종일 훌쩍훌쩍 하는 소리// 저승길 흙 질척여 가기 궂을 텐데/ 남은 식구들 모두 목 잠긴 소리// 세상 가득 주룩주룩 하는 걸 보니/ 제발 걱정들 말아라 나는 날아가니까 하며/ 어멍도 섧게섧게 울며 간 듯/ 아이고, 내 상 앞에서도 날 소리들
* 양전형 제주어 시집 ‘굴메’(각, 2018.)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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