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중학교 동창들과 대구, 경북여행

김창집 2017. 9. 11. 23:10


날씨가 꽤 선선해졌네요.

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 돌아 오는가 봅니다.

 

그렇지만 우리 은퇴한 동창들은

비시즌에 가서 대접을 받을 걸 예상하고

지금에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번 가는 녀석들 중엔 상당수가 해병대 출신이라

포항도 가보자고 해서 거기로부터 시작해

답사가 아닌 여행이라

이름난 곳이나 재미있는 곳을 택했습니다.

 

사흘 동안 방 잘 지켜주세요.

이 녀석들 재미있게 놀리고 오겠습니다.

    

   

중학교 동창 대구, 경북 여행 일정표

 

912() 07:00 제주국제공항 집결 탑승수속

      08:00 제주공항 출발 09:00 대구공항 도착

      09:30 포항으로 출발 - 12:00 포항서 점심(물회)

      14:00 호미곶 등대 - 15:30 양동민속마을

      17:00 월송정 - 백암온천 도착, 호텔 석식 및 자유시간(1)


913() 06:00 기상, 세수, 식사

      07:30 울진군으로 출발 09:30 망양정 11:00 해신당 공원

      12:00 점심 13:30 불영계곡 15:30 영주 부석사

      17:00 소수서원 18:00 풍기 도착

      18:30 풍기서 저녁만찬(홍삼삼계탕), 자유 시간(1)


914() 06:00 기상, 세수, 식사

      07:30 대구로 출발

      09:30 대구 팔공산 케이블카(혹은 갓바위 산행)

      12:00 점심 후, 동화사, 은해사

      17:25 대구공항도착 탑승 수속

      18:25 대구공항 출발 19:25 제주공항 도착 해산

 

    

 

길은 바다로 통한다 - 구한

 

유선을 타고 온 바다 소식

미명을 깨우며 발동선 같은 울음을 토해낼 때

설핏한 기억,

물비늘 치는 바다 소리를 더듬는다

 

12초에 한번 어둠 밟고 선 호미곶 만의 시간,

등대는 먹먹한 바다에 한줌 불을 던져 주고는

이내 돌아서 버린다

 

가시 같은 바람 몰아치던 어린 겨울날

집으로 들어가듯 바다로 나서던 사내,

호미곶* 등 굽은 모든 길 바다로 이어져

돛대가 문패라며 집어등 환하게 밝히던

낡은 옷 헐겁던 사내

앞마당 같은 바다와 결별을 했다

 

모르지, 알에서 깬 거북

바다로 가듯 집으로 돌아갔는지도

바다의 세월 다 건지지 못해

온전히 바다가 된 것인지도

 

밤새 뒤척이던 파도는 모래밭

경계를 지워버리고,

풍장 치듯 말라가는 바다 하얀 혈관 위로

사내의 주름이 켜켜이 밀려온다

안개를 지우며

등대 너머로 햇귀가 천천히 피어오르는

호미곶, 그래도 길은 말이 없는 바다로 향할 뿐

 

-----

*호미곶(虎尾串) : 호랑이 꼬리를 닮은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의 지명

    

 

 

추억 - 권오범

 

원탁이 낳은 무지갯빛 파라솔

수평선에 걸쳐놓고

네가 흘리는 미소 배경으로

바다를 시퍼렇게 담아버린 빛바랜 사진, 하나

칠칠치 못하게 예 저기 흘리고 다녔던

너와 나의 밀어 찾아

아까부터 눈 감고

동해 쪽을 치쓸고 있다

네 눈속에 빠져 허우적거린

세월 저편

칠포 월포 후포

맞아, 거기 월송정 언저리

이를 악문 소주병뚜껑

나무젓가락 뒤꿈치로 따던 그림만이

골동품처럼 가슴에 남아있을 뿐

끈적였을 약속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기야 가뭇없다 한들 어쩌랴

운명 따라 굴러온

부평초 같은 인생길 한 모퉁이

젊은 날의 어설픈 역사였던 것을

    

 

 

아무 말도 못했다 - 하영순

 

인해전술이다

투구 쓴 거시기

애랑의 한을 달랠 불끈불끈 치솟는 힘의 상징물

 

강원도 삼척시 갈남 마을

해신당공원

세계적인 男根 조형물이 호객을 한다

 

풍어를 위한 기도가

파도를 넘어

애랑의 한을 달래기 앞서 경직된 현대인의가슴에 출렁인다

 

석공의 노고

목공의 노고

모두를 예술이라 이름지었다

지하여장군 천하대장군 여장군은 눈 닦고 봐도 없고 투구 쓴 천하대장군

공원을 가득 채운 힘에 눌려

 

비 내려 젖은 옷을 갈아입으려고

가방을 뒤적거린다

 

가슴은 뜨거운데

때는

찬바람 흐느끼는 가을

      

  

 

부석사 가는 길에 - 김종제


부석사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복숭아꽃

오늘 나는 마침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무릉도원 비인간에 닿은 것이다

살아서 흰 장삼 입은 의상과

자주빛 치맛자락의 선묘로

이루지 못한 언약이 있었으니

죽어 무량수전 앞에서

자백紫白의 목련 두 그루로

같이 피고 지자고 하였던 것이다

목숨 낳고 끊어지는 것은

한 순간의 찰라라고 하지만

선묘가 던진 바위와

의상이 꽂아놓은 지팡이는

그 오랜 시간을 돌려놓고 있는데

누군가 꿈길같이 눈 감겨놓고

끌고온 나의 발길이

멈추어 서는 곳이 부석사다

저 아랫 마을

속세에 헛 디뎌 굴러떨어질까

눈이 번쩍 뜨인다

꽃 실컷 보았으니

가는 길에 비 올 줄 알았다

오늘 안으로 꽃 다 지고 가겠다는

전별이다

부석浮石만 선비화禪扉花만 남기고

저들 세상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금기를 어기며 뒤돌아보니

부석사, 빗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팔공산을 지나려거든 - 최범영

 

포항 갔다 오는 길이어도 좋고

울산 갔다오는 길이어도 좋고

혹여 팔공산을 보시려면

나를 따라 오시라

 

대구 하양에서 갓바위 가는 길만 묻지말고

은해사 가는 길이 어디냐고도 물어보라

들어서자 마자 펼쳐지는 팔공산은

신령에 닿아 오도록

그 모습 자랑

기개 자랑에 흐뭇할지니

 

혹여 오시려거든

꽃이 피는 사월에

수레를 타고 지나보시라

대장부 기개가 펄펄 끓어올라

진달래 개나리가 먼저 속을 끓이는 듯 하고

가다 보면 인정 많은 사람들과

풋정도 금새 들어 희희낙락

팔공산 자락에 흐르는 기운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느새 착한 이들이 되더이다

 

팔공산을 지나려거든

마음이 맑아 돌을 던지면

동그라미 수십개를 지을

사람들과만 지나시길

행여 지나다

어느 미류나무 있는 못에서

용이 나와 가는 길을 막을라


* 사진 위로부터 : 부석사 무량수전, 양동민속마을의 양반집, 호미곶 바다, 해신당

  바닷가,  해신당, 부석사 일주문, 팔공산 갓바위, 동화사 마애여래불.





'국내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도 여행을 떠나며  (0) 2018.06.18
동해에서 본 코스모스  (0) 2017.09.15
오대산 등산 갑니다  (0) 2017.07.29
동창들과 충북여행  (0) 2017.06.19
다시 찾은 고흥 팔영산  (0) 2017.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