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동해에서 본 코스모스

김창집 2017. 9. 15. 10:53



동창회 여행 둘째 날,

아침에 망양정에 올랐다가

울진엑스포공원에 들렀더니,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해놓아

이렇게 가득 피어 있었다.

 

요즘은 여름에 피는 코스모스도 있어

기대를 안했는데,

이제 막 싱싱하게 피어 반겨준다.

 

일행의 눈치를 보면서

급히 찍어 놓고 보니,

보기에 좀 그렇다.



 

코스모스 - 조정권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꽃이옵니다.

 


 

 

코스모스 - 김명배

 

가을바람은

미운 일곱 살,

치마 속으로 숨는 아이.

코스모스

춤이나 추게 할까,

꽃도장 찍어 줄까.

遠景 속으로 떠나갔다가

遠景 속으로 돌아온

아이야,

나 혼자 스스럽다.

코스모스

꽃도장 찍어 줄까,

춤이나 추게 할까.

가을바람은

미운 일곱 살.

 


 

 

코스모스 - 심종은


현실이 고달파 그리워진 꿈이었기에

잊어버린 세월 틈바귀에서

곱게 자란 코스모스는

가녀린 목을

부쩍 하늘로 치켜 세웠나 보다.

 

태양을 향하여 휘어 달리는

휘황한 어지러움이

숨가쁘게 마찰해 오는

잎새 면면에

잊어버린 진실을 하얗게 꽃 피우고,

 

꿈 있어

사랑이 있어

행복이 있어

님 그려 연모하는 분홍 꽃을

가득 피웠나 보다.

 

밤낮으로

꿈을 피우고, 또 피우고.

우아한 향기로 짙게 몸 단장해도

님이 오지 않을 땐

스스럼 없이 져버리는 것을

샛말갛다 검붉게

순정의 넋을 태우다

밤새 다투어 피웠나 보다.

 


 

 

코스모스 - 최상호

 

그대가 강뚝에 서 있을 땐

임진강 물결조차 그립고

그대가 숨 쉬고 수유리는

도봉쪽 하늘까지 보라빛인데

 

교회앞 언덕길에서나

플라타나스 늘어선 아래에서

이름모를 사나이들의 너털 웃음에 싸여

죄 없는 웃음의 갈기

바람에 마구 날릴 때

나는 질투의

은장도 날 세워 다 찢어가고 싶었네

 


 

 

코스모스는 - 권갑하

 

이 앙다물고 질주하는 광속의 하늘가에

뉘인가, 긴 행렬 속

온몸으로 손을 흔드는

길게 휜 행간 사이엔 목쉰 강이 몸을 비틀고

 

남몰래

헤진 옷섶 할퀴고 간 바람처럼

그 세월 외진 골목

못 다 피운 목숨마저도

처연히

저렇듯 홀로 흔들려야 하느니

 

따라 길 떠나는

줄 선 나무로 흘러보면

종내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품어야 하는

낮달의 삭은 눈물도

얼핏 설핏 전율 진다.

 


 

 

코스모스 연가 - (宵火)고은영

 

가을을 꿈꾸어 속만 타다가 남은 가슴

방울방울 흐르는 이슬에

얼굴 씻어 말갛게 청초해지면

더 높은 푸른 하늘을 바라기

 

산들거리는 다홍 빛 꽃잎마다

이름 없는 길섶

가을이 다 가도록

그리워 그리워 눈물짓기

 

열린 미소 우주를 안고

여윈 목 더욱 길어지면

부스스 바람 따라 흐르는 어깨

목놓아 처연한 사랑노래 부르기

 

계절과 더불어 흔적 없이

스러지는 아름다운 소명 아래

그저 소리 없이 가을에 젖어

침묵에 떠는 실낱같이 여린 몸통에

원망 없이 신비한 꽃불 놓기





'국내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돌아본 하회마을  (0) 2018.06.22
강원도 여행을 떠나며  (0) 2018.06.18
중학교 동창들과 대구, 경북여행  (0) 2017.09.11
오대산 등산 갑니다  (0) 2017.07.29
동창들과 충북여행  (0) 2017.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