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오랜만에 돌아본 하회마을

김창집 2018. 6. 22. 19:42


고희가 막 지난 고등학교 동창생들을 데리고

수학여행 하듯 하회마을을 찾았다.

 

점심으로 안동찜닭에

35도짜리 안동소주 서너 병을 비우고

1시간 20분 코스를 돌았다.

 

그 옛날 우리가 나고 자란 초가집이 정다운데

이제는 기다려줄 부모님은 안 계신 그 집들.

 

작년엔 중학교 동창들을 데불고

2010년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북 양동마을을 다녀왔는데,

더러 그곳에 같이 갔던 친구들도 있어

모두가 추억어린 모습이었다.


충효당도 그대로고

소나무들도 그대로인데

그곳에 심어진 꽃들만 바뀌었다고나 할까.

 

속절없이 늘어난 나이들인데도 주눅들지 않고

모두들 씩씩하게 돌아 나왔다.

 

 

 

하회河回 마을에서 - 안수동

 

간밤 술에 취해 쏟아낸 쓸데없는

영혼을 건질 수 있을까

찢어진 헌 망태 들고

하회마을 강가에 선다

 

강물이 쉼 없이 흘러오고

흘러가는 강둑에는

봄이 급류에 떠내려 간 자리

여름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계절을 움직이는 원리가

회전력이고 순환만이 영원임을

강물은 물소리로

확인하고 싶은 것일 게다

 

모든 것은 흩어지고

모든 것은 집합한다

모든 것은 이별하고

모든 것은 재회한다

 

이 강에서 낡은 집을 허물어야만

그 폐허 위에 새 집을 지으리다

사라진다는 것은

다시 온다는 약속이 아니었던가

 

내가 선 여기를 중심으로

저 물길이 꾸부러져 돌아서 가는 것도

모든 것은 중앙을 돌아서

회전한다는 것을 알림이다.


 

하회마을 - 槿岩 柳應敎(근암 유응교)

 

좌청룡 우백호로 터 잡은 천하명당

태극의 조화 속에 언제나 연화부수

만송정 휘돌아드는 낙동강도 서기롭네.

 

별신굿 하회탈의 해학은 남아있고

양진당 사랑채에 춘광도 여전한데

옛 어른 찾을 길 없고 골목길만 쓸쓸하네.

 

숯가루 불자루가 부용대 비추일제

박 조각 계란불이 불바다 이루었던

멋스런 선유놀이를 예 와서 다시보네.

 

화산에 솟은 달이 호올로 출렁이고

추월담 시린 물에 능파대 외로운데

가을밤 기러기 떼는 줄지어 날아가네.

 

겸암정 지켜보는 형제암 자태마다

류성룡 영의정승 효심이 어려 있고

징비록 갈피마다에 애국충정 넘쳐있네.

 

토담 길 돌고도는 삼백여 하회마을

나라를 구하였던 충혼은 푸르른데

무심한 관광인파들 발길만 분주하네.

     

 

하회에서 - 권달웅

 

허공에서 웃는

탈이 하나 걸려 있었다.

 

마을을 돌아

강이 흘러가고

초승달이 떠 있었다.

 

풀벌레가 울고 있었다.

어디서 베 짜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에서 웃는

탈이 하나 걸려 있었다.

 

 

 

안동 하회 마을에서(시작) - 이선명

 

소근 소근 개구리 수다 들으며 함께 걷던 길

여행이 주는 무모한 용기가 있던 저녁은

낯선 이도 함께 졸고 있는 별들처럼 다정스러웠다

 

엷은 미소로 주고받던 농담과

말없이 진지해지던 마음도

박자 맞춰 걷는 걸음처럼

익숙해진 풍경이 되어 다가오던 그 밤

 

우리 또 언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을까?

낯선 곳이 주는 풋풋한 생각들

느린 강물처럼 언제고 풍경이 되어주는 이곳을

나는 고향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너와 내가 바라보는 달이 수줍게 웃는 밤

그리움이 낯선 이가 되어 다가오는 시골길

너와 나의 사랑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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