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잠베지 강의 선셋 크루즈

김창집 2018. 5. 4. 07:07


2018421일 토요일 맑음

  

  짐바브웨 편 빅토리아 폭포의 물보라를 경험하고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함께 느낀 우리는 폭포 상류에 자리한 잠베지 강에서 배를 타고 낙조(落照)를 즐기기 위해, 선셋 크루즈선에 올랐다. 그리 크지 않은 배여서 1층은 우리 일행으로 자리가 찼고, 다른 일행들은 2층 갑판에 오른다.

 

  배에서는 간단한 안주와 음료, 그리고 맥주나 와인 등을 무제한 제공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일찍부터 백인들이 건너가 와인 산업을 일으켜 꽤 인기가 있다. 그래서 이번 여행 중에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일정에는 유명 브랜드의 와이너리에 가서 시음하는 코스도 있어 기대를 했는데, 이번에 폭포에서 얻은 감동을 업 시키며 와인을 즐기게 된 것이다.

 

 

남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잠베지강

 

  북아프리카에 세로로 흐르는 이름난 문명의 발상지 나일강이 있다면, 남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잠베지강 역시 여러 나라를 흐르며 문명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잠베지 강(Zambezi River)의 주류는 앙골라의 고원지대이지만 보츠나와 오카방고 강이나 잠비아를 거치는 지류도 포함된다. 아프리카 서쪽 지역 대서양에 면한 앙골라에서 발원한 콴도강이나 쿠방고강이 합쳐져 마침내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에서 빅토리아 폭포를 이루는 잠베지강은 이후 모잠비크를 거쳐 인도양으로 흐르면서 많은 삼각주를 형성시켰다.

 

 

악어나 하마는 덤으로 보고

 

  마침 우기여서 장엄한 폭포를 구경하게 되었지만 덕분에 물이 넘쳐나 배를 타고 옆으로 돌면서 나무 사이에 숨어있는 악어나 하마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물론 뒷날 브츠나와로 가서 본격적으로 보게 되겠지만, 그 예고편이나 되는 양 모두들 즐거워하며 멀리서나마 그 존재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동쪽 편으로 보얗게 떠오르는 폭포의 물보라를 보며 환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짙은 구름 속으로 지는 해에서 와인을 즐기며

 

  동쪽 하늘은 제법 푸르고 한가로운 구름이 좋아서 잠베지 강 양쪽 연안에 서 있는 나무들을 배경으로 한참 동안 셔터를 누르다가 조금 시들해지자 와인을 즐기게 되었다. 남아공의 물 빠짐이 좋은 토지와 알맞은 일광에서 자란 포도로 오랫동안 공들인 끝에 만들어낸 와인은 벌써 홍콩에서 요하네스버그 공항까지 장장 12시간여를 오는 동안 모주꾼의 벗이 돼주었고, 다시 돌아오는 기간까지 우리를 즐겁게 했다.

 

  비록 서쪽 하늘의 짙은 구름으로 화려한 일몰은 연출되지 못했지만 구름과 지평선 사이에서 뻘겋게 지는 태양이 내뿜는 후광은 제법 볼만 하였다. 일행 중 누구인가는 우리 인생의 마지막이 이 정도만이라도 아름답게 끝난다면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분위기가 술을 마시게 한다고 수없이 와인 잔을 비우고 어둑한 다음에야 선장과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배에서 내렸다.

 

 

 

일몰 앞에서 - 권갑하

 

언제나 보내고 나서

마른 풀잎처럼 흐느끼는

서늘한 눈물자국

뼛속 깊이 사무칠지라도

선홍빛 울부짖음으로

타오르고 싶었다

 

흐름 깊어갈수록

뜬눈으로 야위는 강

처연히 상처를 묻으며

별을 띄워 올리지만

내 안의 넘치는 슬픔

잦아들지 않는다

 

서둘러 옷을 벗는

허전한 부재 속에서

어둠, 그 둑을 허무는

핏빛 목마름으로

휑하니 지고 싶었다

외진 비명도 없이



일몰 앞에서는 누구나 - 강영환

 

누구나 한 번쯤 바라보지 않았으랴

누구에게나 해는 지고 내게도 그렇듯

지는 해를 안고 언덕을 넘어간다

 

순식간에 결정되어버린 떠남 앞에

남겨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향을 피우고 묵념을 올려도

내게는 떠난 슬픔보다 남은 슬픔이

더 견고해 질 뿐 이 낡은 도시에서는

떨어지는 해가 어둠을 남긴다

 

산천초목이 먼저 고요히 잠들 때

깊이를 알 수 없는 잠 속으로

한 번 숨이 끊어지면 깨어나지 않을

그것은 실로 엄숙한 침묵

 

아쉬움이나 통곡으로도 닿지 못할

싸늘하게 식은 욕망을

안타깝게도 말해 주지 않는다 그것을

누구나 한 번쯤 바라보지 않았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