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듀이커섬 선상에서 물개를 보며

김창집 2018. 5. 16. 15:37



2018424일 화요일 흐린 뒤 맑음

 

  어젯밤 아프리카 최남단 도시인 케이프타운에 와서 하룻밤을 보내고 맞는 아침이다. 눈을 뜨자마자 호텔 창문 너머 테이블마운틴을 보았더니, 윗부분이 구름과 안개로 가려졌다.

 

  오늘 일정의 주목표는 테이블마운틴이다.

  호텔 뷔페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관광버스에 올랐다. 가이드가 약 4백만이 사는 이 도시에 비가 오래 안 와서 걱정인데, 우리가 비를 몰고 와 행운을 몰고 왔다는 것이다. 케이프타운이 대부분 넓은 평지에 걸쳐 있는 도시인데, 큰 강이 없어 담수의 수요를 저수지 물로 충당하는 형편인데, 그 동안 우기(雨期)인데도 비가 안 왔다는 것이다.

 

  차는 바로 테이블마운틴으로 가지 않고 내일 일정으로 잡힌 헛베이(Hout Bay)로 가서 배를 타고 물개가 모여 사는 듀이커 섬(Duiker Island)에서 물개를 먼저 본 뒤, 구름이 걷히고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대로 오후에라도 산에 오른다고 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 대부분이 테이블마운틴을 일정에 놓는데, 안개와 구름으로 케이블카가 운행되지 않아 그 모습조차 보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람 때문에 중단되어 오르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헛베이에서 뱃시간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해변 윗부분은 구름과 안개에 가려져 있지만 대서양쪽에 자리한 헛베이는 아담하고 조용한 항구였다. 1652년 동인도회사가 케이프타운을 남아프리카의 백인 정착지로 삼아 아시아로 가는 선박들을 위한 요새와 보급기지로 삼으려 했었다. 가재잡이로도 유명한 이곳 항구 안에는 어선과 요트들이 즐비하고 부둣가에는 아프리카의 여러가지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그 중 두어 군데에서는 물개를 꾀어다 고기 썬 것을 주면서 사진모델로 삼아 돈을 벌고 있다. 부두 안에는 가끔씩 헤엄치는 물개를 볼 수 있었으며, 바위 위에 주르르 올라 앉아 있는 모습도 보인다. 항구는 천연 요새와 같이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여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유람선은 30분마다 운항하고 있어 얼마 안 가 우리 차례가 왔다. 말레이계 선원의 후손들(?)이라는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사람 다섯이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배에 오르내릴 때 분위기를 돋워 모자를 들고 모금을 하고 있다.

 

  물개를 찍을 욕심으로 선실로 들어가지 않고 앞 갑판에 가서 대기하다가 위험하다며 선원의 제지를 받고,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자마자 배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이 항구마을을 지켜준다는 센티널 산을 바라보며, 더 나아가니 왼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육지 위로 구름이 덮였다 사라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듀이커 섬 선상에서 물개를 보며

 

  출발 후 한 20분쯤 되어 현장에 도착했다. 조그만 물개섬에는 물개들이 빼곡하게 모여 햇볕을 즐기고, 더러는 물속에서 유영을 한다. 망원렌즈가 없어 최고로 당겨도 크게 찍히지 않아 휴대폰을 꺼내 한껏 당겼으나 한계가 있다. 섬이 작아 내리지도 못하고 배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서 있었다. 파도가 밀려와 물보라를 일으켰지만 물개들은 꿈쩍도 않는다.

 

 케이프타운에서는 이곳뿐만 아니라 사람이 없는 한적한 해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원래 물개섬은 폴스 베이의 케이프반도 동쪽에 있었다고 하는데, 뱃길이 멀고 파도가 심하여 규모는 좀 작지만 이곳으로 온다고 했다. 그곳 물개섬에는 이곳의 10배가 넘는 5~7만 마리의 물개가 있고, 이곳은 4~5천 마리 정도가 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해구(海狗)라 하는 물개는 물개과에 속하는 동물로 앞뒷발이 모두 물고기의 지느러미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헤엄치기에 능숙하며 바닷속의 어류, 연체동물들을 잡아먹고 산다. 꼬리는 아주 짧고 귓바퀴는 거의 없이 귓구멍만 보이고 털이 빽빽하다. 머리는 튼튼하고 목이 굵으며, 몸의 윗면은 짙은 다색 또는 회흑색이고 몸의 아랫부분은 붉은 다색인데 하모는 백색을 띠고 있다.

 

 주로 북극해 부근에 사나 더러는 이쪽 남극해 쪽에도 분포되어 있다. 물개들은 상어와 범고래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모피가 부드럽고 밀생하는 속털이 있어 모피와 지방을 노리는 사냥꾼들에게 대량으로 잡히다 보니, 20세기 초에는 멸종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수컷이 훨씬 크고 여러 마리 암컷을 거느리기 때문에 동양에서는 해구신이 그것에 좋다하여 독도에 많이 내려와 살던 것을 일본인들이 많이 잡아갔다.


  흔히 물개를 바다표범과 혼동하는 수가 있는데, 물개는 뒷다리가 앞으로 향해 있어 육지에서도 제법 잘 걷는 편이지만, 바다표범은 몸집도 크고 뒷다리를 거의 쓸 수 없어 하체를 끌듯이 다닌다. 바다표범의 귓바퀴는 밖으로 좀 나와 있고, 물개는 거의 없이 귓구멍만 있다. (참조 : 이은천의 시니어의 아프리카 여행’, 맑은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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