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테이블 마운틴에 오르다

김창집 2018. 5. 27. 22:57




2018424일 화요일 맑음

 

  케이프타운의 중심지 워터 프론트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면서 테이블 마운틴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것을 보고 맛있게 점심을 끝낸 우리는 서둘러 산으로 향했다. 늦게 케이블카가 운행이 되어서인지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는 가운데, 얼마 기다리지 않아 우리가 탈 차례다.

 

 케이블카 탑승구 위쪽에 2011세계 7대 자연경관투표에서 선정된 곳을 세계지도 위에 표기했는데, 반갑게도 제주도가 올라 있었다. '아름다운 경관'은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기투표로 결정하는 것이어서 무조건 예산을 써서 인위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이를 평가절하 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만큼 관심 가진 사람이 많으면 구경할 만한 가치도 있는 것이라는 역설도 통하지 않을까?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입법 수도인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에 자리해 있는데, 높이는 1,085m이다. 도시 남쪽에 위치해 서쪽으로 대서양을 향한다. 그 이름에서 보듯이 산은 수직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테이블 모양으로, 이 산과 이어진 줄기와 주변이 모두 '테이블 마운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공원관리소에서는 해발 300m 지점에서 출발하여 정상까지 오르는 테이블 마운틴 케이블 웨이라는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2대가 번갈아 정원 55명을 태우고 360도로 회전하며 오르내리는데, 바람이 불거나 안개가 짙은 날씨에는 운행이 중단되며,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운행이나 중단 상황을 알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란다.  


 


날씨 변동이 심한 테이블 마운틴

 

  4~5억 년 전 바다 속의 지각변동에 의해 퇴적암이 융기되면서 천천히 솟아올라  600만년 동안의 풍화작용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변했다. 보통의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해 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올라가 구경하고 내려오지만, 트래킹 코스가 여러 곳에 개발되어 있어 그곳을 이용해 오르내리기도 한다. 사방이 유리로 된 케이블카는 매달려 있는 줄을 축으로 왼쪽으로 천천히 돌면서 사방을 구경할 수 있는 구조다.


  우리가 간 날 아침 아래에서 볼 때는 구름이 짙게 끼었는데, 차차 날이 풀리며 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구름은 우리가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할 때까지 더러는 덮이고 더러는 흐르고 하면서 불편하지만 사진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보통 여름에 이 산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평평한 산 정상에 테이블클로스라는 수분을 포함한 구름층이 생긴다. 이 구름은 산의 경사면을 통해 따뜻한 공기가 천천히 올라와서 냉각된 후 구름으로 응축된 것이다. 이 구름층 때문에 고원성 초본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길쭉한 테이블 모양의 산

 

  케이블카에서 내려 평평한 곳으로 걸어들어 가는데, 테이블 산의 모형을 작게 만들어 놓은 곳이 있어 산 전체의 모습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옆으로 길쭉한 곳의 길이는 약 3.2km에 달하며 폭은 일정하지가 않다. 우리는 시계방향으로 돌았는데, 여기저기서 바위너구리라는 쥐 모양의 커다란 동물이 보인다. 산의 둘레는 절벽으로 이루어졌고 멀리 대서양의 바다가 자욱한 안개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구름은 천천히 이동하며 조망을 가렸다가 내보이길 반복한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의 시가지와 어우러진 바다가 더 신비하게 느껴진다. 사자와 같이 툭 튀어 올라온 봉우리 부분은 라이언스 헤드, 엉덩이 부분은 라이언스 럼프라고도 하고 시그널 힐로도 불린다. 전체는 평평하지만 바위가 조금 솟아나 있기도 하고 물웅덩이나 계곡처럼 틈이 생기기도 했기 때문에 곳곳에 작은 키의 나무가 자라고풀밭을 이루기도 한다.

 

  습지 형태를 이루고 나서 오랫동안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오래된 식물과 멸종 위기의 식물을 포함한 약 1,500종의 야생식물들이 서식해 산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동물로는 앞서 말한 바위너구리를 비롯해서 비비, 몽구스, 사향고양이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한 바퀴 돌면서 시로미나 백묘국 같은 꽃들과 눈을 맞추며, 사진을 찍고 돌아와 입구 쪽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테이블 마운틴 - 김윤자

    -남아공 케이프타운

 

거대한 식탁 하나

아프리카의 표상이다. 갈망이다.

더 이상 밀릴 곳도 없는

검은 대륙의 끄트머리

산봉우리를 키워야 할 산이

가슴선쯤에서 모난 상념들을 도려내고

정좌하여, 젖은 자유를 말린다.

산이 산이기를 거부하였으니 무엇이 두려울까

사자상을 발아래 엎드려 앉히고

때론 사람의 형상으로 고요하다.

항구도시의 비경이 솟구쳐도

꼿꼿한 절벽이 일어서도

넘지 못한 경계선 마디가 있어

하늘과 마주하여

신과 마주하여

평평한 세상을 꿈꾸는 산정의 대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