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가다

김창집 2018. 6. 12. 10:55

* 희망봉이 자리한 케이프반도 지도


2018425일 수요일 맑음

 

  펄스만(False Bay)에 면한 볼더스비치(Boulders Beach)에서 아프리카펭귄을 보고 난 우리는 점심으로 랍스타가 나오는 해산물 요리를 먹고 나서,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리 크지 않은 아프리카 지도에서 남쪽을 보면 그저 뭉툭하게 보이는데, 큰 지도에서 자세히 보면 아프리카 남쪽에 펄스만을 두고 서쪽 대서양편 남쪽으로 길쭉하게 뻗은 케이프반도(Cape Peninsula)가 있다


 

  우리는 펄스만의 해변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달렸다. 해변에는 미역이 시커멓게 뽑혀 올라와 있는 곳도 있고, 그냥 바다 속에서 파도를 따라 흔들리고 있다. 가까이 갔을 때 보니, 우리가 먹는 미역과 같은 종이 아니라 다시마처럼 두껍고 길이는 2~3m 될 것 같다. 밑 줄기는 감태와도 닮았다. 가이드는 이렇게 흔해빠진 것을 우리나라에 수입 해다 이용할 수 있다면 돈을 엄청 벌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이렇게 미역이 흔하다 보니, 이를 즐겨 먹는 전복이 많이 있어도 현지인들이 관심이 없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해변에 가서 무시로 잡아다 먹었다고 한다. 어제 낮에 중국집에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 수족관에 말 발통을 닮은 둥글고 두툼한 전복을 보았다. 그렇게 마구 잡아버려 보기 힘들게 되자 뒤늦게 채취를 금하고 집을 지어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한다. 성장은 늦은 편이어서 7년을 자라야 번식을 할 수 있고, 잡을 수 있는 것은 8~9년 생 정도로 11.4cm가 넘어야 한다.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향해서

 

  테이블마운틴의 산줄기는 이어졌다 끊기는 듯 산맥처럼 흘러 희망봉까지 가면서 국립공원을 형성한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 한참을 달리는데도 벌판엔 키 큰 나무는 별로 없고, 작은 관엽식물이나 풀들이 드물게 나있다. 땅바닥엔 눈 온 것처럼 모래가 날아와 쌓였다.



  산길을 벗어나 이번엔 서쪽 해안으로 넘어가 남쪽 끝을 향해 달리는데, 이곳에도 미역은 시커멓게 올라와 있다.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풍화작용에 많이 닳아 기묘한 풍경을 연출하고 바다 속으로 돌출한 바위에는 가마우지 떼가 많이 앉아 있다. 곶의 끝에 이르러 차를 세우기 전에 가이드가 세 가지 미션을 주는데, 희망봉 표지판 배경의 인증사진, 봉우리에 올라 바위 위에서 인증사진, 세 번째는 바닷가로 가서 물에 손을 담가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곳의 바닷물을 느껴보라 했다.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

 

  먼저 온 사람들이 몰려들어 복잡한 희망봉 표지판에서의 사진은 나중에 찍기로 하고,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봉우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 반도의 끝 표지판에는 희망곶이라는 뜻으로 ‘Cape of Good Hope’라 표기 되었다. 1488년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을 확인한 후 귀항하는 길에 처음으로 이 곶에 발을 디뎠는데, 파도와 바람이 너무 거세서 절망해 폭풍의 곶이라 명명하였다. 그러나 이 말을 전해들은 포르투갈 주왕 2(1466~1496)희망의 곶이라 바꾸게 했다 한다

  


  이유인 즉 아프리카 끝을 발견했으니, 이제 그 곶을 돌아나가면 유럽인들이 그렇게 바라던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해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험한 날씨로 유명한 이 곶은 인도양에서 흘러오는 모잠비크-아굴라스 난류와 남극해에서 오는 벵겔라 한류가 만나는 지점이다. 두 봉우리 사이로 오르니, 2km쯤 되어 보이는 지점에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정상에 등대가 서 있다. 우리가 가다 들를 그곳은 ‘Cape Point’라고 희망봉 봉우리다.

 

 

차를 타고 오며 본 야생 타조

 

  봉우리에서 내려와 한가해진 희망곶표지판에서 인증샷을 찍고, 또 하나의 미션을 위해 바닷물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물살이 거친 곳이라 뿌리째 뽑힌 미역들이 올라와 썩어가고 있다. 잘못 디뎠다가는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걸어가 바닷물에 손을 담갔는데, ! 제주에서 먹보말이라고 부르는 명주고둥이 지천으로 바위에 붙어 있다. 몇 개를 주워들고 차로 돌아와 자랑했더니, 아프리카 끝에 와서 익숙한 것을 보아서인지 모두들 신기해한다

  


  버스를 돌려 되돌아오는데, 바닷가 쪽으로 후드득 달아나는 검은 무리를 만났다. 야생 타조라는데, 바닷가에서 먹이 활동을 한창 벌이다 차가 오는 바람에 놀라 뛰어가다가 멈춘 것이다. 과거에는 많았다는데, 야생 타조의 거죽을 사용해 만든 가죽이 비싸게 팔리고, 고기가 고단백 저칼로리라 수요가 늘면서 많이 잡아버려, 지금은 이곳 생물보호지역에서나 가끔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케이프 포인트를 둘러보며

 

  갔던 길을 되돌아오다 이번에는 또 다른 길로 들어갔다. 희망곶에서 보았던 약 2km 떨어진 곳의 봉우리에 등대가 서 있는 케이프 포인트다. 우리 일행에게 이곳 날씨가 변덕이 심한 것을 보여주려 함인지 갑자기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듯하다. 그래서 갈 때는 전동차로 올라가고 올 때는 걸어오기로 하였다. 출발점 입구에는 이곳에 서식하는 걸로 보이는 개코원숭이 상이 있다. 게이트 위에는 여러 나라 국기가 걸렸는데, 태극기는 걸었다가 바람에 너무 헤져서 임시로 그 자리에 성조기를 걸었다고 한다.



  ‘퍼니큘라라는 전동차는 두 개의 궤도로 오르내리는데, 탄지 얼마 안 돼 정상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해발 249m의 봉우리로 희망봉(Cape Point)’이라 부르는 곳이다. 이 등대는 1860년에 세워져 1919년까지 사용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절벽 아래에서 선박의 좌초가 잦아 지금은 해안가 가까운 해발 87m의 디아스 포인트에 다시 세웠다. 등대 아래에는 세계 여러 곳의 거리와 방향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있다. 남극을 비롯한 뉴욕, 리오데자네이로, 뉴델리, 시드니, 파리 등이 보인다.

 

 


돌아오는 길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아 그곳에서 내려오면서 눈 아래로 오기 전에 갔던 희망곶 해안의 경치를 감상했다. 그러다가 어둑한 바다 펄스만 맞은편으로 산들이 늘어선 곳을 바라보며, 아프리카 최남단이 어느 쪽인지 가늠해본다. 가이드가 오면서 누누이 얘기했듯 이곳 희망봉은 아프리카 최남단이 아니고, 대서양에 면한 케이프반도의 끝일뿐이다. 유럽에서 내려온 사람들에게는 대서양에서 아프리카를 돌려고 할 때, 서쪽에 뾰족하게 뻗은 반도가 제일 끝처럼 느꼈을 것이다.


 



 이곳 케이브 포인트는 남위 34˚ 21’ 24”, 동경 18˚ 29’ 51”이고, 진짜 아프리카 최남단은 이곳 펄스만 맞은편에 있는 아굴라스(Agulas)’로 남위 34˚ 49’ 57”, 동경 20˚ 00’ 83”이다. 그곳에 가면 인도양(Indian Ocean)과 대서양(Atlantic Ocean)을 가르는 표시를 해 놓고, ‘당신은 지금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남쪽 끝에 와 있다.’라고 아프리카어와 영어로 새겼다고 하나 일정상 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



  동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바다와 경치를 잘 볼 수 있도록 전망터와 도로를 잘 뽑아 놓았다. 이곳은 제주도와 남북만 다를 뿐 적도상으로 본 위도(緯度)는 비슷해 아는 식물이라도 있을까 하여 살폈으나 모두 조금씩 다르다. 중간쯤에서 눈에 익은 커다란 알로에 무리가 빨간 꽃을 피우고 있는 걸 보았고, 독특한 나무에 기생하는 동백나무겨우살이만 확인하고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 사이로 뛰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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