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아침에 낙산사를 찾다

김창집 2018. 6. 26. 10:09


2018621일 목요일 아침

 

양양에서 대구를 거쳐 제주로 오는 날 아침

먼저 낙산사를 찾았다.

 

여러 번 들른 곳이지만

이번엔 동창들과 오게 되어서

해설사 노릇도 겸해야 하는 것이다.

 

미리 자료를 만들어 준 것을 생각해

고등학생처럼 말하지는 않고

힌트를 주듯이 몇 마디씩 해준다.

 

 

싱그런 여름날 아침이어서

불탔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고

해당화가 싱그럽게 일행을 맞는다.

 

언제나 찾아도 좋은

관음의 성지.

 

모두가 해수관음을 향해 손을 모은다.

나무관세음보살!

 

 

 

양양 낙산사 - 靑山 손병흥


오봉산 산자락 중턱에 위치해있는

원통보전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 향한

자비로운 미소로 맞이하는 해수관음상

꿈이 이루어진다는 가슴 벅찬 길을 지나

소나무가 의상대를 감싸 안듯 서있는 풍경

 

연이어 새하얀 거품으로 잘게 부서져버린 뒤

이내 귓전을 맴돌아 파도치는 양양 해안절벽 위

청량수인 동해를 마주해 볼 수 있는 사찰 낙산사

 

그 옛날 파랑새에 이끌린 의상대사 관음보살 친견했다던

수직절벽 위 낙산사 창건의 모태가 된 전설이 깃든 홍련암

파도가 동굴 속으로 들락날락하는 모습처럼 호흡 해보면서

누구나 명상에 잠겨 마음속 파랑새 찾아 참 나를 찾는 명소

     

 

낙산사에서의 하루 - 임명자


등 뒤에서

어깨 위에서

근육질의 팔들이 달려들었다

커다란 눈동자에선

달빛이 새어 가슴을 조여 왔다

온 몸이 연등이 되어 환해졌다

나는 듯이 몸 일으켜 파도자락에 매달리려는데

곤두박질 마룻바닥에 이마가 내리꽂힌다

백팔번뇌 외우다 잠깐 사이

깜찍한 꿈

천수관음부처러니

모르고 짓는 죗값이 더 크다지만

새벽부터 왠

 

 

동해에서 맞이하는 아침 - 장은수

 

누가 연주하는 교향곡인가

건반 위에 춤추는 여인의

가냘픈 손가락이 바쁘고

잔잔한 춤사위로

어둠의 장막을 거둬 간다

 

미명을 가르고 수평선 위에

화가는 붉은 물감을 뿌려

잘 익은 사과를 그려 간다.

 

낙산사에서 맞이하는 아침

저 바다 위에 누워

붉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가슴에 담아도

내 영혼이 편히 누울 곳은 없었다.

   

 

 

낙산사 홍련암에는 해당화가 피고 - 목필균


누군들 저 막막한 기다림을 알까

까마득한 절벽 쉼 없이 파도가 휘돌아치고

파도에 쓸려간 절절한 독경소리는 붉은 연꽃

수평선 바라보며 삭여온 눈물은 붉은 해당화

 

꽃이 다르다고, 아픔마저 다를까

발원을 위해 수없이 꿇었을 무릎

아득한 수평선에 눈이 먼 빈 눈동자

붉은 꽃은 인고의 향기였다.

 

낙산사 홍련암에는 해당화가 피고

내가 무심히 바라보듯

홍련암도 무심히 바라보고

해당화도 무심히 바라보고

무심함이 그은 인연 줄이

텅 빈 가슴에 풍경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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