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7월의 선운산 숲길

김창집 2018. 7. 1. 11:16


지난주에 다녀온 선운산 도립공원.

원래 도솔산(兜率山)이었다가

큰절 선운사(禪雲寺)가 있어

선운산(禪雲山)이 되었다고 한다.

 

높이 336m밖에 안 되는 산이지만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꼽힐 만큼

산세가 빼어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오르내리는 길

선운사로 이어지는 숲길이 너무 아름다워

연신 셔터를 눌렀으나

나의 카메라와 실력으로는

이렇듯 거의 비슷한 사진들만 남았다.

 

많은 보물을 간직한 선운사와

이름난 동백 숲까지 돌아보고 나오는데,

복분자와 수박 축제까지 열리고 있었다.

 

,

집집마다 내건 이름 풍천장어를 외면할 수 없어

복분자주까지 곁들이고 왔다.

 

오늘부터 7월이다.

여름이 시원하게 내린 숲을 찾는 계절이다.

    

 

 

7월의 숲 - 성백군

 

초록 숲으로 들어갑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깨끗해 지고

싱싱한 풀냄새에 코가 벌렁거립니다

 

새소리, 바람 소리,

고요를 깨트리는 개울물 소리,

반갑게 맞아주는 토박이 동무들의 부름에

귀가 즐겁습니다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그리워지는 숲에서

나는 그저 숫길이 되고 싶습니다

 

아는 꽃, 모르는 꽃,

무명 꽃도 괜찮습니다

이름 지어주고 불러주면 수줍은 듯 다가와

꽃잎 달싹이며 수인사를 틉니다

 

7월의 숲은

인생 중년의 여정 같은 것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며

새바람 일으키는 반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꾸민 모습은 지워버리고

생긴 대로 살아가는 자연인이 되고 싶습니다

    

 

 

7월의 산이 되어 - 박종영

 

가장 현란하게 색칠한

푸른 7월의 산을 만나기 위해

산수국 향기 가슴에 달고 산을 오른다.

가파른 산등성이 듬성듬성 피어

마음 설레게 하는 솔나리 눈웃음에 마음을 빼앗기고

쪽빛 하늘을 이고 달리는 푸른 동백,

그 울창한 숲에서 짝짓기하는 동박새 분탕한 날갯짓 소리

더운 여름 속 타는 마음을 뒤흔들고

빛바랜 입술은 산도라지 웃음 찍어 곱게 칠하면,

내가 나를 의심하는 세월은

짙푸른 녹색의 그늘에서 환하게 열리는데,

올곧은 길 위에 서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7월의 우주를

누구에게도 빼앗기기 싫어

나 스스로 산이 되어 풋풋한 기운 오래 안을 수 있는지?

늘 그렇게 짙푸른 7월 너에게 묻는다.

    

 

 

7월의 노래 - (宵火) 고은영

 

7월의 마당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꽃들이 웃고 나무들은 한껏 행복하다

빗물이 웅덩이 가득 고인다

서른 날과 또 하루의 짧은 사랑을 위하여

계절은 7월의 일기를 쓴다

천년을 흐르는 그리움들을 풀어내며

서정의 물감으로 단편의 행복한 일기를 쓴다

 

아침 창문을 열어 젖히면 매암이 길게 울고

새들은 높은 음자리표로

시리도록 투명한 노래를 부른다

바람은 훨씬 어진 눈빛으로 초록의 잎새마다

축복의 사인을 수도 없이 써내려가면서

빈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이제 저 완벽한 자유 안에

그대의 넓은 가슴에 단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안겨 쉼을 얻고 싶다

멀어지는 시간의 너울 속에서

찢어진 날개로 이 가난한 맥박은

7월의 푸른 숲에 한없이 나부껴도 좋으리

 

어쩌다 그대로 사무치면

가슴을 열어 그대 음성을 들으리

초라한 영혼의 등불을 켜고

그대의 환한 얼굴을 그리면

한없는 감동에 이를 것이라

허물 많은 인생살이

기다리는 일이 너무 길어 지쳐지면

그대의 그림자에 가슴을 묻고

펑펑 우는 외로움이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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