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적벽강의 바위들

김창집 2018. 7. 15. 08:30



지난 6월말, 적벽강에 들렀다.

적벽강이라는 이름은 그 주변의 바위가 붉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명승 제13호로 지정될 만큼 독특하고 다양한 바위들이

바닷가에 길게 이어져 절벽을 이루고 있어 절경을 이룬다.

변산반도에 위치한 적벽강은 지금 변산반도국립공원에 편입되어 있다.


우리 지도를 보면 서해바다 쪽으로 돌출한 지형이 변산반도고,

서쪽 끝으로 바다에 면한 지역이 적벽강인데,

당나라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노닐었던

중국의 적벽강과 비슷한 모습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부안의 채석강과 적벽강 일원은 바다 쪽에 위치해 있어

서풍과 북풍으로 인한 강한 파도와 바람의 영향이 만든 지형으로

높은 해식애와 넓은 파식대는

수 만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 같은 층리의 모습이 아름답고

파식대, 해식애, 해안단구 및 화산암류, 습곡 등은

 지질학 연구의 기초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또 적벽강 일대는 선캠브리아기에 속하는

화강암과 편마암을 기반암으로 하고,

8천만년전 ~ 6천만년 사이

중생대의 백악기에 퇴적된 셰일과 석회질 셰일,

사석, 역석 등의 호층을 이루고 있다.

이 퇴적층을 중생대 말기에 분출한 규장암이 관입되었고,

단층과 습곡이 유난히 발달되어 있는 구조이다.

    

 

 

채석강 - 김윤자

 

어느 선비가

서해안 끝자락 변산반도까지 와서

학문을 닦았단 말인가

들고 가지도 못할 만큼 수많은 책들을

격포항 닭이봉 해변 언덕에

수북이 쌓아놓고 떠나갔음에

해풍과 세월이 켜켜이 다져놓은

초자연의 걸작품 앞에서

혹자는 시루떡을 쌓아올린 떡장바위라 부르고

혹자는 책장을 쌓아올린 책장바위라 부르고

절벽을 타고 흐르는 칼빛 바위림

집시의 날개로 솟아오르는 분무

당나라 이태백이 빠져죽은 강과 같아

채석강이라 부른다는데

달빛을 먹고 자란 뽀얀 속살이

생명의 빛으로 바다의 혼을 흡입하고 있다.


 

물살 무늬 경전 읽기 - 윤인환

 

지난여름 노을을 보려고 찾아갔던

변산반도 채석강엔 천만 년 지나도

썩지 않을 큰 책 하나 있었네

밀물과 썰물을 살살 아우르며 써 놓은

돌처럼 살아라는 좋은 글귀 하나

가슴에 담아서 돌아섰네

 

세월이 변해도 쉽사리 깨지지 않을

단단하여 묵직한 그 우레 같은 좋은 뜻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짭조름한 슬픔을 밀어낸 푸른 바다가 만들어 놓은

물살 무늬 경전을 다시금 눈앞에 꺼내어 읽어 보네     


 

 

채석강에서 - 이대준


언제적 이야기일까

바다가 바위를 향해

하얀 거품으로 부서진 것은

 

시퍼런 파도의 분노

허리에 겹겹이 층을 만들고

품에 들어 보채는데

 

이제 그만

몸 흠뻑 적셔 부르는 노래

귀 기울여 들으련만

 

등 위에 어린 공룡의 흔적

그 사랑 아직

지우지 못한 탓일까     



 

 

채석강에서 - 강인호


스무 해 전 여기 격포에 다녀가며

마당을 지나 방문 넘어 기어들던

파도소리에 잠 못 이룬 적 있었지요

 

얼마나 오랜 세월 파도가 찾아와

안아주고 쓰다듬고 어루만졌으면

첩첩이 쌓인 채석강이 되었을지

 

시도 때도 없이 그대 향하는 마음

저 파도 닮았을 양이면 먼 훗날에

그대 가슴에도 고운 결로 남을지     


 


 

채석강(彩石江) - 양해선

 

뭍을 향한 그리움으로

부서져 온 파도

거품 물고 번번이 사그라져도

앞을 막아 선 암벽 향하여

온 몸 던져 부딪히는

포기할 수 없는 몸부림

 

맺힌 한() 허옇게 토해내며

목 놓아 통곡한 나날

눈물 떨구어 쪼아 내고

한숨으로 엮어 낸 사연들

수만 권의 책에 담아

켜켜이 쌓아 올린

파란 바다의 꿈

 

바람도 지쳐 잦아드는 그날

행여 오려나

펼쳐 볼 소망 하나로

더욱 세차게 떠밀어도

쉼 없이 다가선다

    

 

 

채석강과 적벽강 - 박태강


수억 년 쌓은 적덕을

아름다움으로 만든 채석강

하얀 모래로

빛나는 수많은 빤짝임

 

마주한 적벽강

검은 얼굴 악어가

흰 이빨 내밀며 포호하는 너

어울려 어울려 절경이구나

 

바다 물에 발 담군

흰옷 입은 저 청년

밤새 지킨 바다

아침 햇살 속에 더욱 빛나

 

저 멀리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아스름한 산

조용한 물 위

하늘에 닿아있네.

        

 

 

채석강 - 진경옥

 

썰물의 채석강

책을 포갰는지 근심을 포갰는지

허겁지겁 달려 가 너럭바위 앉아본다

흐린 서해바다는 전신으로 와서 눕고

사랑을 포갰는지 파도를 포갰는지

갈 수 없는 자투리 땅

떠다니는 작은 섬들

모두 다 끌어 와 첩첩이 포개고도

더 포갤 것이 없나 또 다시 고개 든다

풀리지 않는 한세월도 어둠 접어 포개놓고

무릎으로 기어들며 잠들지 못한 근심

죽어라죽어라 들 물 되어 또 포갠다

몇 백, 몇 천만 년 지나야 한 권 얇은 생이 될까

파투난 사연들 죽은 듯 미리 엎뎌

눌러 다오 눌러 다오 금가지 않는 암석으로

가슴가슴 파고들던 서슬 푸른 몽상들도

한 갈피 서책으로 꾹꾹 눌러 구겨다오

썰물의 채석강 긴긴 하루 또 포갠다.

    

 

 

채석강 - 김승동


  겨울바다로 갔습니다 바람이 묻은 모래알들이 파르르 어깨를 떨며 고운 걸음을 떼어놓는 곳 그 바다를 찾아갔습니다 수평선 저 멀리서부터 낮게 숨어들며 푸른 가슴을 하얗게 부숴 내는 파도가 사랑처럼 멈추지 않는 곳 그런 겨울 바다를 찾아갔습니다 붉은 해송이 가지를 털어 까칠한 입술을 덮어오는 빈 배보다 더 비어 마음껏 당신이 충만할 겨울바다로 설레임 가득 안고 나는 갔습니다 그러나 추적추적 하늘이 젖어오고 미끄러운 갈매기의 날갯짓이 내 가쁜 숨을 밀어낼 뿐 당신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만 절벽아래 저렇듯 당신의 가슴을 켜켜이 쥐어뜯고 새까맣게 태운 채 은빛을 거두어 홀연히 떠나버린 사람의 야속한 발자국만 철벅철벅 아직도 소리 내어 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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