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탐문회 가야와 옛절 답사

김창집 2018. 9. 10. 20:16

                                                                                     *함안 아라고분군

언제면 더위가 물러갈까

아니 물러가기나 할까 했는데,

계절은 속일 수 없는지

백로에서야 서느런 갈바람을 느낍니다.

 

9월도 중순,

추석을 앞두고

얼른 다녀오자고 가야(伽倻) 답사에 나서는데,

매일 가야 무덤만 보고 다니는 게

너무 거시기하지 않을까 하여


돌아다니는 중에 주변에 있는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고찰(古刹)울 포함하다 보니,

3보 사찰까지 둘러 오게 됐습니다.

 

더러는 갔었던 곳을 다시 가는 거지만

같이 가는 사람이 많이 달라서

흥미 있는 답사가 되길 기대하며

일정을 짜봤습니다.


그럼,

4일 후에 뵙겠습니다.


                                                                                                   *수로왕릉

  


2018년 탐문회 가야유적 및 주변 고찰 답사(23)

 

*911() 10:00 제주국제공항 집결 수속

11:10 아시아나항공 편 출발

12:05 광주공항 도착 후 점심식사

14:30 고령답사(대가야박물관 - 왕릉전시관 - 지산동고분군)

16:30 가야산 해인사

18:30 저녁식사 후 자유시간

20:00 부곡온천(1)


*912() 06:00 기상, 세면 및 아침식사

08:00 출발 - 양산 통도사(세계유산, 삼보사찰) 관람

11:00 김해답사(대성동고분박물관 - 고분군)

12:30 점심식사

13:30 김해답사(가야박물관 - 구지봉 - 김수로왕릉)

18:30 저녁식사

19:30 부곡온천(1)


*913() 06:00 기상, 세면 및 아침식사

08:00 출발 - 함안답사(함안박물관 - 말이산고분군)

12:00 순천서 점심

13:30 순천 선암사(세계문화유산) 관람

15:00 순천 송광사(삼보사찰) 관람

17:00 광주서 이른 저녁

18:20 광주공항도착 수속, 출발(720)

20:20 제주국제공항 도착 해산

                                                                                        *가락루

 

가야여, 없는 듯 있어온 뜨거운 핏줄이여 - 이현우

 

전설로 묻혀버린 세월 속에서

그 이름만 홀로 남아

가야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찾는 이 하나 없던 천오백 년 하늘과 땅

푸른 신명 찬란한 빛 모두 가린 채

산천도 사람도 제 모습 잃었구나.

구지봉, 봉황대, 망산도를 내려와

바람 불면 흩어지고 눈 내리면 지워져

알 수 없는 먼 길을 걸어왔구나.

그러나 오늘은 새 천 년 새날

오래된 미래의 문을 여는 날

너를 품어 키웠던 낙동강 가에

형제처럼 모여 앉은 마을을 본다.

역사는 언제나 거기 있는 것

문화는 그네들과 함께 하는 것

가야여, 없는 듯 있어온 뜨거운 핏줄이여

오리형 토기 조각 기마 인물상

한 줌 흙 풀뿌리도 네 넋을 받아

눈빛이며 숨결이며 실핏줄 한 올까지

살아서 활짝 핀 생명이기를

우리 곁에 환히 웃는 얼굴이기를.

 

                                                                         *수로왕릉으로 가는 숭화문

 

 

대가야의 달밤 - 이소연

 

지금은 하늘에 등을 켜는 시간,

누굴 태우고 왔는지

멀고 먼 시간의 경계를 넘어

보름달 여객선 한 척 도착했다

밤하늘 건너오는 일 어땠을까

 

청동거울에 비치는 가야산 줄기타고

천년을 탄주하는 산맥들

쟁쟁한 울림 속에

봉분마다 푸른 사원 하나씩 들여놓고

가야금 12현에 눈물을 실어

12가야 왕국, 잊혀진 왕들의 이름을 불러주리라

 

하늘 고요에 귀를 씻고

산조가락으로 휘도는 음률따라

정정골은 온통 등꽃 환한 하림궁이 된다

 

우륵이 달을 타고 밤을 건너간 후에도

내 하늘엔 새벽을 길어올릴 두레박 하나

둥실,

돛배처럼 떠 있다.

 

                                                                             *해인사 대적광전

 


가야산 해인사 - 潤疇 목필균

 

가야산 품안에 앉아있어도

바다의 전설을 간직한 해인사는

천 년 법보를 펼치고 있다

 

화엄법성게는 몰라도

해인도 따라 돌다보면

삼세 윤회는 인연 따라 간다는

가르침의 문고리를 잡게 된다

 

산신 모신 국사단에 소원지 써 올리고

오빠의 쾌유를 간절히 빌며

법당 부처님마다 엎드려 절해도

근심스러운 마음 어쩌지 못하고 돌아가는데

 

세상사 속임수 없이 살았다면

무엇이 두렵겠냐고

성철스님 사자후가 사리탑을 뚫고 나와

귓전을 때린다


                                                                                           *해인사 대장경문

   

바람에게 - 석청 신형식


나이 들 만큼 들어

제법 아는 척도 해 보지만

까뒤집어 보면 사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바람이 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돌아서는 거리는

매번 왜 그리도 고요하던지

, 그런다고 그리

엄청나게 부끄러워 할 것도 없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나이 먹는 만큼 점점 느려져만 가고

바람마저 향 하나 꼽고 몸을 낮추는

통도사 광명전 앞에 서서

이제야 그대에게 두손 모은다. 고마워

힘들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그대 때문이었다고

핑계 댈 수 있게 해줘 고마워

사실은 나도

가끔씩

흔들리고 싶었거든

 

                                                                              *영취산 통도사

   

선암사에서 - 조영욱

 

시 쓴답시고 며칠 머물렀던 선암사는

누이처럼 수줍고 수수했다

공 들였을 단청은 지워져 민낯이었고

홑몸 탑만 덩그러니 마당을 지켰다

한때 염주 대신 몽둥이 손에 쥐고

피 말리는 한 집 내기 승부도 겨뤘지만

해우소만큼은 이미 해탈한 고승이다

오래 외출했다가 돌아온 정겨운 집이랄까

누이만큼 사근사근하고 편안했다

묵언 중인 산문 안 바자울에 기대어

온새미로 혈서 쓰는 홍매화 손길에서

누이처럼 불타는 연심을 보았다

-스님, 곡차 한 잔 하실까요

     

                                                                                      *가야 향로형토기

 

굴목재 고갯길 - 靑山 손병흥

 

산세가 험하지 않고 넉넉한 조계산 산자락

태고총림 선암사부터 조계총림 송광사까지

두 절을 동서로 이어주는 전남 순천 굴목재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 생채기

빨치산 주요 활동 무대 중 하나였다던 숲길

 

산문을 깨치려고 수시로 왕래하던 스님들이

욕망 번뇌도 버리고 삶과 죽음 화두 잡고서

관념에 빠지는 망상 경계하며 걷던 불심 길


                                                                                   *가야 수레바퀴형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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