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화순고인돌공원에서

김창집 2019. 2. 24. 12:34


115일 화요일 흐림

 

운주사를 나온 일행은 화순고인돌공원을 들렀다.

화순고인돌공원은 강화, 고창 고인돌 유적과 함께

2000년에 세계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유적이다.

 

고인돌은 지석묘(支石墓)라고도 부르며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양식이다.

우리나라에 3만여 기 분포되어 있는데,

전라남북도를 포함한 서남 해안 지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화순 고인돌군은 도곡면 효산리 모산 마을과

춘양면 대신리 지동 마을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우리가 간 날은 매우 춥고 미세먼지가 많아

자세히 돌아보지 못했다.

   

 

 

지석마을 - 김영천

 

흔히 보이는 큰 바윗돌을 몇 개 두고

고인돌이라 하는지요.

 

지석마을 찾아 숨가쁘게 다다른 숲 속에서

받침돌은 세월에 아슴하게 묻힌 채

덮개석만 남았다 하여도

내내 의혹하여 바라보는 것은 믿음 없는 시선입니다.

 

저렇듯 세월에 묻히어 의혹하는 마음이

얼마인지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

내가 아직도 당신 앞에서 서슴하는 이유가

그와 같습니다.

 

하수상한 세상을 투덜거리며

돌아 나오는 오솔길로는

이미 봄이

한 마장쯤이나 앞서 가고 있습니다.

   

 

 

고인돌 - 김길자

 

쑥부쟁이가

고인돌위에서 꽃을 피웠다

물 한 모금 마시기조차 어려운 돌 위에

용케도 뿌리내리고

 

꽃으로 밥상도 차렸다

솔밭 곳곳에 다양한 집터가 많건만

무슨 말을 하고 싶기에

고인돌 위에 집을 지었을까

 

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고

마을을 이루고 움집에 살다

양지에 묻힌

청동기시대 고인의 넋이 환생한 걸까

 

 

고인돌 - 공석진

 

산산이 흩어진 영혼과

내던져진 육체의

깃털 같은 가벼움 위로

짓누르는 삶보다

더 무거운 죽음의 무게

 

살아서 가위눌려

혼비백산 깨어나

산송장 같았던 죽음의 체험

적멸이 되어서까지

영혼을 압박하는

거대한 돌을 치워다오

 

사자의 절규는

시한부 여생보다 절박하다

고인은 돌 밑에 깔려

참 많이도

외로웠을 게다

   

 

 

고인돌 공원 - 문인수


저것들은 큰 웅변이다.

시꺼먼 바윗덩어리들이 그렇게

낮은 산자락

완만한 경사 위에 무겁게 눌러앉아 있다. 그러나

인부들은 느릿느릿 풀밭을 다듬다가 가장 널찍한

바위 그늘로 들어가 점심 먹고 쉰다. 쉬는 것이 아니라

나비 발 아래마다 노오란 민들레

낮볕 같은 꽃이 연신 피어나느라, 반짝이느라

바쁘다. 지금 아무것도 죽지 않고

죽음에 대해 허퍼 귀 기울이지도 않으니 머쓱한

어른들처럼

군데군데 입 꾹 다문 바위들,

오래 흘러왔겠다. 어느덧

신록 위에 잘 어울린다.

   

 

 

침묵의 이정표 - 권천학(權千鶴)

    -고창의 고인돌군에서

 

끝내 열릴 것 같지 않던 어둠의 터널

완강하게 막아서던 빛에 눈멀고

대물려 묵힌 종갓집 간장 같은 침묵이

가슴을 짓눌렀다

 

한 천 년쯤은

살을 털어 물로 보내고

뼈는 갈아 흙으로 보내고

한 천 년쯤은

바람소리 휘휘 감아 올리는 귀를 열어

빛의 수레바퀴에 걸려 넘어지는

떫고 시린 세상소리도 들었고

또 한 천 년쯤은

목젓 떨리는 말들을 꿀꺽꿀꺽 삼키며

덮고 누운 흙이불 위에

무덕무덕 들꽃으로 피워 올렸으니

 

이제는

주저앉은 채 말하지 않아도

일어서는 돌, 선돌이 되고

드러누워서도 생사를 떠받치는

굄돌, 고인돌 되어서

들꽃 같았을 한 세상 접고

또 한 천 년쯤 다시 견뎌야 할

   

 

 

사랑의 테마 - 조미희


사랑

이유도 없이 말이 사라지는 날

아침햇살로 잦아드는 그리움

 

그리움

보이는 것 너머 또 하나의 길을 내는

온 하루의 방황

 

방황

스스로 부서져

자기 이탈을 꿈꾸는

거대한 폭포

 

다시 사랑

고인돌보다 먼 가슴에 사랑을 묻고

침묵으로 봉인된 슬픔마저 태우고 나면

남인 듯 마주 앉아도 웃을 수 있는

어둠을 딛고 일어서는

해오름  


 

 

이천년 - 김 참

 

  집 뒤에는 언덕이 있었고 언덕에는 고인돌이 있었다. 나는 삽을 들고 미루나무들이 서 있는 고인돌 앞에 도착했다. 고인돌 위로는 노란색 별들이 무섭게 날아다녔다. 나는 고인돌 밑을 파나갔다. 땅 밑에서 잠을 자던 구렁이들이 언덕 아래로 달아났다. 바람이 불자 언덕 밑의 대밭을 흔들며 이천년 전의 여자들이 걸어나왔다. 항아리를 들고 대광주리를 들고 이천년 전의 여자들이 걸어나왔다.

 

  우리 마을에는 이천년 전의 도시가 있다. 사람은 없고 흔적만 남아있다. 여자들만 살았던 이천년 전, 마을에는 긴 돌담이 있었다. 밤이었다. 하늘에서 불덩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이천년 전의 마을이 시뻘겋게 불타올랐다. 이천년 전의 산과 나무, 여자들과 아이들이 불타올랐다. 이천년 전의 닭과 돼지, 오리와 염소들이 불타올랐다. 모두 타버리고 돌들만 남았다. 돌담과 고인돌과 깨진 항아리들만 남았다. 나는 고인돌 밑을 파나갔다. 고인돌 위에는 노란색 별들이 무섭게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