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본 고장에서 감상한 탱고

김창집 2019. 4. 29. 12:46


2019316일 토요일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서 오후 31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2시간 10분 만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한다.

현지상사 근무를 하다 나이가 들면서 전업했다는 중년을 약간 넘긴 듯한

가이드 하종탁 선생은 점잖고 독특한 어휘를 골라가며 우리를 안내한다.

 

공항 수속을 다 밟고 차에 오르니,

7시가 다 되어 있어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는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두고 나와 식사를 한다며,

삐아졸라(Piazzolla) 극장에 가서 탱고 디너쇼를 볼 때의

에티켓에 대해 특이한 어휘와 억양으로 설명한다.

 

바로 탱고(tango)의 본 고장에 도착하자마자

맨 먼저 그 맛을 보는 셈이다.


 

탱고는 ‘1880년 무렵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층민 지역에서 생긴 사교춤이라고 한다.

 

다음백과를 보니,

스페인의 탱고와 빠르고 육감적이며

평판이 좋지 않은 아르헨티나의 밀롱가가 혼합되었으며,

쿠바의 하바네라에서도 영향을 받았으리라 여겨진다.


1900년대 초에 사회적으로 용납되었고,

1915년경에는 유럽 사교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페인 탱고는 플라멩코와 음악의 경쾌한 변형이며,

아르헨티나 춤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여겨진다.’고 나왔다.

 

선정적이고 부드러운 춤사위에

무한 배급되는 레드와인이 어디로 어느 만큼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일행 모두가 심취하여 춤이 끝나도록 즐겼다.

 

자리를 벗어날 수 없어

고정된 좌석에서 겨우 찍었던 사진과

우리 시인의 탱고 시편을 골라 싣는다.

   

 

 

현실의 시학詩學 - 은파 오애숙

 

고단한 하루의 시작이나 경쾌한 탱고 리듬에 맞춰

마음 연다고 소리쳐 보며 양손 하늘 높이 올리고서

기지개 켠 나비 촉수처럼 빛과 그림자 사이 숨 쉬네

 

지천명 고지 생사의 갈림길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어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슬픈 병상에 누워있는 이

일 초 후 나일 수 있는 나이가 되어 가나 아니고 싶네

 

고단한 하루의 시작이나 고귀한 하루이기에 흘러가는

하루의 일상 소중히 여기며 요지경 세상에서 빠져나와

재점검하려고 노력하며 꿈과 현실 사이에 화알짝 웃네

   

 

 

볼륨을 높일까요 - 김행숙

 

볼륨을 높일까요

스산한 바람이 불어요

모래바람 불어오면

휘어 도는 탱고를 춥시다

 

마음 끝에 맺힌

번민이나 집착도

박제剝製가 된 듯 놓아버려요

 

하늘에 떠가는 구름처럼

절대고독에 차라리 잠겨

당신이나 나나 정신 번쩍 나게

뇌성벽력을 불러요

 

볼륨을 높일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파장에

흘러가는 강물처럼 순하게

그렇게 가요, 우리

   

 

 

탱고처럼 선율처럼 쓰다 - 이은경

 

시는

 

앞으로

 

뒤로

 

스텝

 

맞춰가며

 

 

추는

 

행위

   

 

 

꿈속에서의 탱고 - 김길남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초목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비로소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안다

또 바람은 움직이면 멈추지 않는데서

나의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망설이는 것은 내 마음 속에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동풍인지 서풍인지

남풍인지 북풍인지 꿈자리가 사납다

작은 부자는 잘 모으는 사람이고

큰 부자는 잘 쓰는 사람이다

배낭여행도 의미가 있지만

때론 호화스런 여행도

삶의 촉진제가 된다

 

어젯밤 꿈 이야기

   

 

 

여춘화 - 송정숙(宋淑)

 

가을바람은

옹알이 하는 아기도 되고

욕정난 암쾡이로 울기도 하고

넉살좋은 아줌마처럼 능청떨며

총각 얼굴 수줍게 만들다

넓은 바다에서

정신없는 연애질

어부들에게 들키면

도망가다 되돌아와

입맞춤으로 바다가 시끄럽다

 

속살거리며 내리는 어둠

분 냄새 풍기는 화려한 간판

오징어배 불빛사이

작은 비 기웃거리면

이리 밀치고 저리 밀쳐

희롱하다 암팡지게 성도내고

사내 옆자리에 철퍼덕 앉아

안주발 죽여주며 먼저 취한다

 

그럴 때는

낭만에 대하여

울고 넘는 박달재

서울 탱고가 거침없이 나오고

추억 없는 섬 주인이고 싶다며

눈물 훌쩍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쓸쓸함을 알아

향기가 있다

   

 

 

마로니에 숲에서 - 최범영

 

마로니에 숲에 들면

왠지 내 님이 나타날 것만 같아

새순처럼 돋는 기다림 한 잔에

못난 내 청춘과 왈츠를 춘다

 

마로니에 숲에 들면

해묵은 사랑 꽃피울 것만 같아

마음 속 솟아오르는 정열 한 잔에

내 영혼 부둥켜안고 블루스를 춘다

 

마로니에가 마른 잎 편지 보내는 날은

낙엽 진 거리에서 내 님과 탱고를 추는 날

세상 사람들과 기쁨 한 잔 나누며

사랑 찾아 울던 바보를 다독인다

 

마로니에가 추위에 떠는 날

내 님과 지은 오막살이 불 밝히고

제 흥에 겨워 살다가는 인생

땀 밴 삶들에게 건배를 청한다

   

 

 

우울한 탱고 - 박후기

 

1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중력에

이끌린다

느닷없이 꺾이는 리듬의 관절처럼,

춤도 사랑도

예정된 길을 따라 걷는 듯 하지만

종종 스텝이 어긋나기도 한다

 

2

 

,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가 아닌 둘이다

하나 같은 둘이다

은근한 욕망과 절제 사이로

나른한 계절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 불 당겨버리고 싶은 성냥처럼

갈라진 틈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가슴과 가슴이여

 

3

 

춤추는 달이

지구를 붙잡고

빙그르르 돌아간다

열정 뒤에 숨겨진 우울을

달은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달의 뒤편처럼

남자는

보이지 않는 여자의 뒤편을

친절하게 더듬는다

달은 45억 년 동안

지구에게 끌려 다녔다

달아,

이제 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