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칠레 수도 산티아고 단상

김창집 2019. 5. 8. 09:44


2019315() 칠레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

 

  오후 늦게 산티아고로 돌아왔다. 엄밀하게 말하면 공항에서 바로 갔으니까 돌아왔다기보다 입성한 것. 바로 아르마스 광장으로 갔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의 심장이라고나 할까? 중요한 건물들이 거의 모여 있다. 산티아고 대성당, 산티아고 중앙우체국, 국립역사박물관, 오래된 유럽풍의 건물들이 유럽에 와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대통령 관저인 모네다궁도 한 쪽에 자리 잡았다.

 

 광장 한편에 이 땅을 정복한 에스파냐의 발디비아 장군의 동상이 서 있다. 말을 타고 거룩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 이 도시를 건설한 주인공답다. 그러나 가이드는 다른 쪽에 독특한 모습을 한 마푸체 족의 지도자 라우타로의 독특하게 디자인된 석상에 머물렀다.

 

 ‘마푸체(Mapuche)’는 남아메리카 칠레 중남부와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방에 걸쳐 살고 있던 원주민을 이르는 말이다. 발디비아가 칠레 땅을 정복할 때 아파치족에 비유될 만큼 용감했던 마푸체족은 항쟁을 시작했다. 라우타로는 1553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강하게 저항하며 싸웠지만 신무기와 새로운 전술을 가진 적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마푸체 족은 그 후로도 3세기에 걸쳐 저항하며 땅의 주인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그 다음으로 찾은 곳은 산티아고 대성당. 산티아고의 역사와 함께 건축되기 시작한 이 성당은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칠레의 국가기념물이다.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강력한 화산지진대 불의 고리라 불리는 지역이다. 10년을 주기로 일어난 지진은 도시 전체를 파괴했고, 성당도 사라졌다. 지금 성당의 기본 골격은 1800년에 세운 것으로 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양식이라 한다.




* 발디비아 장군 동상(위)와 마푸체 족의 지도자 라우타로 상징물




316() 오전 산티아고 메트로폴리탄 공원

 

  오후에 아르헨티나로 넘어 가기 때문에 오전에는 바삐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산티아고의 명소 중의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공원을 들리기로 했다. 공원으로 가는 도중 차창 너머로 길가에 자리한 다보탑을 보았다. 가이드는 '칠레 독립 200주년과 한국과 칠레 양국 수교 50주년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년 전인 20113월에 세운 것이라 한다.

 

 이 다보탑은 높이 6.5, 무게 25t인데, 경주 불국사에 있는 원형 탑의 60% 크기로 석공 분야의 명인 주요무형문화재 120호 이의상 석장(石匠)이 화강암을 가지고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 완성시켜 선박을 통해 운반해다 2011년 3월에 이곳에 세웠다고 한다.

 

  1903년 개설된 100년도 더 넘은 산티아고 메트로폴리탄 공원은 산크리스토발, 차카리야스, 로스 헤메로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전체 면적이 17.8에 달하는 공원이다. 작년 초 남미에 여행할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계속되는 가뭄과 35°를 넘는 고온으로 대지가 건조해져 산크리스토발 산의 숲 12가 전소됐다는 보도를 얼핏 들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가는 곳은 불탄 곳이 아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나무가 우거져 있고, 로프웨이가 출발하는 곳에는 특이하게 나무에 기생식물이 많아 색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로프웨이를 타고 정상부로 향했다. 칠레 인구의 30%가 몰려 산다는 산티아고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맑진 않았지만 시원스런 전망을 마음껏 즐기는 사이에 어느덧 정상부 산크리스토발 언덕에 도착했다.


  언덕 위에는 여러 가지 꽃이 계단별로 잘 가꾸어져 있고, 정상엔 엄청난 규모의 하얀 성모마리아상이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아 있다. 얼핏 듣기에 높이 22m라 하나 해설 안내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떻든 세계에서 가장 큰 성모마리아상이라고 하니, 앞으로 우리가 브라질에서 보게 될 예수상과 그 이미지가 잘 연결될 것 같다

 

  워낙에 넓은 남아메리카를 보름 동안에 누벼야 하기에 이 이상 칠레에 머물 수 없어 아쉽지만 기념사진을 남기고 시간을 재촉하며, 점심을 먹고 아르헨티나 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