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우루과이 콜로니아에서 하루

김창집 2019. 5. 16. 17:56


2019317일 일요일 맑음

 

  스칼라 호텔에서 일어나 호텔식으로 아침 식사를 끝낸 우리는 우루과이로 가기 위해 연안항으로 이동했다. 대합실에는 둥실둥실 풍선처럼 커다란 등을 매달아 놓아 여행객들의 마음을 하늘 높이 띄운다. 그곳을 배경으로 배를 기다리며 기념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여객선 객실은 2층으로 되어 있어 위층에 가서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선창(船窓) 너머로 바다처럼 펼쳐진 넓은 강물을 바라본다. 풍경이 너무 근사해 사진을 많이 찍었으나 창밖이 때가 많이 끼어 별로 건질 것이 없겠다.

  이 강은 라플라타 강 하류로 파라나 강과 우루과이 강이 합류하여 이루어졌고, 남아메리카 남동해안으로 이어지면서 약 35지역을 흐른다. 바다 쪽으로 점점 넓어진 형태의 라플라타 강은 우루과이 북쪽과 아르헨티나 남쪽 경계구역을 흐르며 동쪽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귀가 얕아서 모래와 침니(아주 미세하게 가는 토양 입자)가 쌓여 계속적으로 준설작업을 해야 한단다.

 

  강물로 이루어진 수평선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넓은 강인 셈이다. 한 시간 여 유람선을 타고 가 내린 곳은 콜로니아 주도인 델사크라멘토다. 우루과이의 남서부에 자리한 콜로니아 주()는 면적 6,106에 약 13만 명(2017)이 산다고 한다. 델사크라멘토는 지금 우루과이 최초의 영구 부락으로, 스페인 사람들은 그들의 방위사령부를 이곳에 설치했다가 1726년에 지금의 수도인 몬테비데오로 옮겼다.


  콜로니아 델사크라멘토 역사지구는 포르투갈인들이 건설한 식민지시대의 항구도시 유적이다. 여러 차례에 걸친 에스파냐와의 분쟁을 겪으면서도 도시의 틀을 갖추었는데, 포르투칼과 스페인, 원주민 등 세 곳의 문화가 혼재되어 독특한 문화유산을 이루었기에 199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는 교외로 나가 한 20여 분 달렸다. 한적한 시골의 냄새가 풍기며 넓은 목장지대가 나오고, 콩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이 곳곳에 심어져 있다. 나무가 드문드문 심어진 한 목장으로 들어갔는데, 박물관 같은 곳으로 안내한다. 알고 보니 이곳은 우루과이 한 수집가의 컬렉션 전시장이다. 이름은 잊었는데, 연필뿐만 아니라 열쇠고리나 찻잔을 비롯해 오래된 축음기도 모았다.


  우리 한국에도 다녀갔는데, 한국산 연필들도 보인다. 참 대단한 열정으로 기네스북에도 기록을 여러 번 경신하여 그 인증서를 전시해 놓았다. 20131015일에 72개국에서 검은 심 연필 16,260자루를 모았다는 기록도 있다.

  밖은 잔디밭을 정원처럼 꾸며 하와이무궁화, 황금목, 레몬, 멀구슬나무 같은 눈에 익은 나무들도 보인다. 이곳 남미에 와 보니 곳곳에 극락조화가 화단에 심어져 있다. 꽃이 극락조를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꽃집이나 온실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너무 흔해 어색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가지를 돌아보며

 

  그곳에서 시내로 들어오면서 지어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투우장도 보았고, 강가로 나가 해수욕장 분위기가 나는 모래 위를 거닐기도 했다. 피마자 같은 것도 보았는데, 기후와 풍토가 달라서인지 조금은 달라 보인다. 더러 아는 나무나 풀들이 있어도 이처럼 다르다 보니, 쉽게 단정 짓기는 힘이 든다.


  옛길이라 시가지 길은 좁았고 바닥은 사각으로 된 작은 돌들을 박아 놓았다. 곳곳 부두로 통하는 곳에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늬들이라 했다. 선원들이 주민을 동원하여 길을 만들 때, 자신들 고향의 무늬를 따라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세월을 잘도 견뎠다. 가로수로 심은 플라타너스도 옛 그대로다.


  음식은 점심인데도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기로 하고 음식점에 들어가 직접 조리하는 쇠고기나 양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와 레드와인이나 맥주로 즐겼다. 오래된 마을이라 가는 곳마다 나무들이 우거졌다. 도로와 성곽, 등대 같은 것을 보았는데, 성곽 안에서 팬터마임을 하는 어릿광대 차림의 배우가 우리 일행 중 한 출연자를 맞아 우스꽝스런 연기로 어울린다

 

  단편적이나마 우루과이란 나라의 특색을 갖춘 곳에서 여러 가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돌아오는 유람선에 올랐다. 바다가 아닌 강을 건너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온다. 훗날 우루과이를 추억할 때 창밖으로 보이는 강물의 수평선이 오래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