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브라질에서 본 이구아수폭포

김창집 2020. 6. 30. 10:07

 

2019. 3. 19. 화요일. 맑음

 

  이구아수폭포를 공동 소유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양쪽 폭포를 오가는 구역만큼은 어렵지 않게 국경을 넘도록 되어 있어, 잠시 줄지어 서서 차례가 돌아오면 간단한 검사만으로 통과 된다. 따라서 하루에 양쪽 폭포를 다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오전에 아르헨티나의 악마의 목구멍을 포함한 이구아수폭포를 관람한 우리 일행은 브라질로 옮겨 점심을 먹고 브라질 편 이구아수폭포를 즐겼다.

 

  식당에서 나오자 너구리 같은 동물 몇 마리가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미국너구리과에 속하는 이 녀석은 코코티, 코아티, 긴코너구리 등 이름도 많다. 잡식성이라 하는데, 사람을 직접 헤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양쪽 나라에서는 폭포가 있는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각종 동식물과 자연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이쪽 브라질국립공원에는 각종 새를 비롯한 희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하나, 일정 관계로 못 보는 것이 한이다.

 

 ‘이구아수의 어원은 과라니어의 거대한 물에서 유래했다. 높이 6082m 되는 폭포 275개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그 위용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사실 이 폭포들은 대부분 우루과이에 속했었다는데, 얄궂은 전쟁 때문에 두 나라에 빼앗기고 요즘 우루과이에서는 수력발전 정도 활용하고 있다. 어젯밤 우루과이에서 자면서 너무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나무 사이로 들어서자마자 이곳저곳 하얀 물보라로 정신이 없다. 사진을 찍으며 따라가다가 좋은 곳을 만나면 동영상도 뜨고 하면서 천천히 주 폭포를 향해 나가다가 포즈를 잡는 일행들이 있으면, 기념사진도 찍어줬다. 섬 지형의 특성 때문에 이렇게 많은 폭포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감탄을 넘어 놀라움이 연속이다.

 

 물보라가 실감을 줄 만큼 가까이 전망대를 만든 곳이 있는가 하면, 기념사진 찍기에 알맞을 정도로 얌전하게 만든 곳 등, 나무로 만든 통로를 걸어 다니며 한껏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덧 주 폭포로 엄청난 규모의 물기둥 앞에서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는 곳에 이르렀다. 일행이 다 모이기를 기다려 단체 사진을 찍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물보라를 즐길 차례다. 젖어도 좋을 옷으로 갈아입고 비닐우의까지 차려 입은 우리는 폭포 진입로까지 차로 간 다음 두 번에 걸쳐 차를 갈아타며 보트를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옆의 아줌마는 걱정이 말이 아니다. 멀미가 심해 배도 잘 못 타는데 같이 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창피 당할 것을 염려하고 있어,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 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격려해 타기로 했다.

 

 현장에 이르러 현지 가이드에게 카메라와 지갑 등 젖어서는 안 될 것을 맡긴 후, 보트에 차근차근 올라탔다. 20여 명이 탄 작은 보트는 거침없이 폭포 상류를 향해 돌진한다. 한 번 물보라를 맞아보고 다시 맞고 싶으면 소리를 지르라는 설명을 들은 우리는 거센 폭포의 물보라를 맞아보고 나니, 더욱 신이 나서 한 번 더!’를 외치면서 폭포를 즐겼다. 처음에 주저하던 아줌마도 신이 나서 옷이 흠뻑 젖는 줄도 모르고 즐긴다.

 

 지난 번 나이아가라에 갔을 때는 눈이 다 녹지 않아 이런 걸 못하고 헬기로 눈요기만 했는데, 나이 든 사람들이 나이도 잊고 즐기는 것을 보며, 나도 한껏 젊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는 길에 신이 난 일행은 제주민요를 합창하며 이국만리인 것도 잊고, 세계3대 폭포를 순례하는 마지막 순서를 마감하였다.

 

 이쯤에서 돌아 보건데, 요즘 코로나19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걸 감안하면, 왜 작년에 그리 남미여행에 목매었는지, 운명 같은 생각이 든다. 어떻든 다리가 떨릴 때 가려하지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라는 말은 명언이거니와 이제 코로나가 풀리면 기회가 닿는 대로 아무데나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 3대 폭포의 인상을 말하라면, '나이아가라'는 신사처럼 단정하게 세련되었고, '빅토리아'는 야생마처럼 거칠고 원시적이란 느낌이 든다. 짐바브웨나 잠비아 어느 쪽에서든 사진을 못 찍을 정도로 물보라를 끼얹는다. 바람이 심할 때쯤은 시가지 전체로 물보라가 날린다고 하니 말 다했다. 하지만 폭포 상류 잠베지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지는 해를 보며 한 잔 하는 기분은 너무 낭만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이번의 '이구아수폭포'는 너무도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어 산전수전 다 겪은 노신사의 모습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소감이 나올 것은 분명하다. 아무튼 이 지구상의 폭포를 다 모아놓은 것 같은 일당백의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