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가을 예감

김창집 2019. 8. 20. 00:35


요즘 제주에 밤공기가 서늘해지고

하늘을 바라보니 가을하늘처럼 새파란 것이

아무래도 가을예감이 들게 한다.

 

달력을 보니

8월 하순으로 접어든 것이

처서가 가까워져서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한라수목원에 갔다가

짙푸른 가을 하늘과 흰구름을 보고

쾌재를 불러본다.

    

 

 

가을 예감 - 조사익

 

가을 색 빗줄기를 물방울로 뚝뚝 잘라

유리창에 뿌려대는 바람소리가 제법 찬 기운을 느끼게 한다

여름날 숨 고르기 한 번 못하고 크게만, 많게만 부풀려왔던 것들 모두

하늘빛마저 푸름을 멈추고 가을 색으로 물들어간다

비구름 쪼개진 틈새로

햇살 조금 남은 신작로 밑동까지 가을 닮은 석양 밟으며

어디쯤 오고 있을 가을빛 찾아 떠나는 길

후박나무 이파리 속살에서도 갈 빛 향기가 차오른다

여름날 숱한 이야기들이 오갔을 신작로에는

드물지만 가끔 꽃을 피운 코스모스 가녀린 모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보랏빛 향기 진하게 어우러진 맥문동 꽃대, 마저 눕고 나면

되려 허전할지도 모를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에

잠시 고독을 노래하다 슬플지라도 왠지 가을예감이 향기롭다

해거름 노을 다음, 밤 깊어질 때면

어느 별자리는 벌써 가을을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 예감 - 박금숙

 

가을이 오려나보네

온몸 서걱서걱

갈꽃 같은 그대 그리운 걸 보니

 

여름내 헛가지 마구 자라더니

나무들 속살 뜸 드는 걸 보니

과일 익듯 사랑도 익으려나보네

 

먹구름 훌훌 멀어지고

하늘빛 파랗게 시려오는 걸 보니

한가을 내내

약도 없는 속병을 앓으려나보네

 

가을 깊어지면

풀벌레 울음에 잠귀 밝아지듯

그대도 내 맘 알거나.

        

 

가을 예감 - 오보영

 

볕은 여전히 따가운데..

 

어느새 하늘이 높아진 걸 보니

불어오는 바람결이

한결

 

부드러워진 걸 느끼니

 

머지않아 곧

당신 오실 것만 같아

 

마음이 설레 이네요

 

그리운 얼굴

한 번 더

 

떠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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