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링링이 지나간 아침

김창집 2019. 9. 7. 10:04


어젯밤 2시경에 제주를 통과할 거라 해서

잠 못 이루고 자주 문을 열어 창밖의 나무를 살피다가

바람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3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자고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갑갑해서 양쪽 창문을 열어놓고

남은 바람에 열기를 식히고 있습니다.

가끔은 나무를 세게 흔들기도 합니다.

 

여기 제주시는 한라산이 태풍을 막아주는 위치에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링링이 서쪽 바다로 치우쳐 지나서 그런지

주택가는 큰 소동 없이 지나가고

햇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습니다.

 

잘 준비해서

탈 없이 태풍을 맞아

조용히 보내시기 바랍니다.

    

 

 

바람의 독후감 - 성백군

 

허공을 거침없이 내닫는 바람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정서가 메말라 가끔

세상 도서관에 들러 양식(良識)을 채운다

그가 찾는 책은

, , 바다 같은 전문서적들도 있지만

양동이, 나무, ,

사람의 성질, 새의 날개, 고양이의 털,

만물이 다 그가 읽은 잡문인 것을

다녀간 흔적을 보면 안다.

언 땅 녹이는 봄을 읽다가

초목에 싹 틔워 놓고,

불볕 쏟아지는 여름 채마밭을 읽다가

성질 부려 홍수를 내고,

나뭇잎 떨어지는 가을 뜨락을 읽다가

섬돌 밑 잠든 귀뚜리 깨워 울려 놓고,

눈 쌓인 겨울 지붕을 읽다가

처마 밑에 고드름 달아 햇볕에 녹이고,

부딪히면 읽고 떨어지면 써 놓고

그의 독서와 독후감은 천만년 인류역사를 이어오며

천문학, 지리학, 생태학---

숨이 차도록 사람들을 몰아세워

학학거리게 하였지만, 때문에

인류의 문명은 발전되고,

그럴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비난받는 바람,

오늘도 태풍경보에 사람들 벌벌 떤다.

저 바람 언제쯤 끝나지?

비바람, 치맛바람, 난봉바람, 그 바람의

독후감 인제 그만 읽었으면 좋겠는데,

,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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