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크리스마스에는 이웃을

김창집 2019. 12. 24. 19:15


올해도 어김없이 해는 저물어

크리스마스이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가만히 생각하여 보면

무언가 이룬 것 같은데

허전한 느낌만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것은 욕심(慾心),

자신의 욕심만 생각하고 주위, 또는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욕심이란 괴물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어 만족할 줄 모르고,

그것이 이루어지 않을 때는

염치고 뭐고 없이 덤비며

안 되면 주변 탓, 나라 탓만 하게 됩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내 보낸 대표들,

공약이라면서 당리당략대로만 나가려 고집하고,

핑계거리를 찾아 상대를 헐뜯는 일에만 광분하며,

자기 세를 불리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서,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놓은 일 없이

또 해를 넘기려 합니다.

 

오늘 같은 날은 가진 사람이 주위를 돌아보며

자신이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임을 느끼고

주변에 못 먹고 못 입어 추위에 떨고 있지나 않는지 살펴

움켜쥔 손을 활짝 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혼자만 잘해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닙니다.

나라가, 이웃이 알게 모르게 도와줬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기에

더러는 사회에 환원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요?

 

조금 부족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즐거운 성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 - 임영준

 

성탄전야는

청춘을 일으킨다

 

아이들도

덩달아 빛난다

축복을 타고

거리를 떠다닌다

 

서로 배려하고

은총에 겨워 달아오르면

 

구원으로 우는 자선냄비가

세상을 일깨운다

 

온 누리 가득

천상의 전령을 부르고 있다

    

 

 

성탄 전야(前夜) - (宵火)고은영

 

깊어지는 새벽의 얼굴에

천금 같은 당신 사랑이

도심의 쇼윈도에 좁은 골목에

황금으로 도금되어 거리마다 가득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부자들도 당신을 좋아하는 걸 보면

하얗게 지새는 밤의 시간마다

깊어진 계절 위 당신 발걸음 소리

밤새 당신 오시는 길 밝힐

함박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세찬 바람처럼 흔들리는

우리의 이기적인 사랑과

욕심으로 넘친 겨울 깊은 봉분에서

연약한 눈빛에 살아온 세월만큼

존재가 발가벗겨진 부끄럼 앞에

세상이 미워지는 날

 

미움의 몸통으로 가난한 울음에 젖은

작은 가슴만 남아 지친 이즈음

환한 빛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 오는 당신

부족한 허물을 덮으시며

생명의 빛으로 옷 입히시네

 

벌겋게 발화되는 그리움의 앞섶마다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들추는 당신

시간이 익는 소리에 밤새 함박눈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땡그랑, 땡그랑

납덩이같이 무거운 영혼에

당신 오시는 그리운 종소리에

사랑의 눈꽃이 만발하고 잔잔한 평화가

영혼의 구석마다 소복이 쌓였으면 좋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 오보영

 

너를 위해서 왔노라

 

네가

너의 너됨으로 살아가게 하려고

 

내가 왔노라

 

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정말로 귀한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고

지금 이 순간 네가 겪고 있는 일은 모두가 다

분명 더 나은 내일로 채워지기 위한 거라는

소망도 주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두는 다

너만큼이나 소중하니

반드시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랑도 알려주려고

 

내가 왔노라

 

오직 너를 위해서

 

네 가진 문제 다 해결해주려고

너의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살아가게 하려고

 

나 너에게로

기꺼이

 

내려왔노라

    

 

 

성탄전야 - 최문자

 

거리에는 빛

삶을

내버려두는 빛.

 

고드름처럼

가슴이 얼어붙어도

찌르지 못하는 빛.

 

빛이 메시아인 것을 믿는 이들에게

직립으로 번쩍이지 못하고

부러져버리는 빛.

 

거리에는

장님들이 웃고 있다.

    

 

 

이 아득한 그리움 - 김선태

 

성탄 전야의 불빛들이 붐비는 도시의 거리를 빠져나와

나는 어느 낯선 시골마을로 홀연 잠적하자

지나온 세월의 길목 어디 쯤엔가

내가 소중한 무엇을 그냥 흘리고 왔나 보다

호주머니속이 쓸쓸해지는 이 세모의 시간에

마침내 나는 그것을 찾으러 가야겠다

그곳에 가서 어릴 적 동화처럼 피어있는 몇 송이 불빛들과

자그마한 교회에서 도란도란 흘러나오는 말소리와

마을을 넉넉하게 감싸고 있는 산자락의 고요를 만나자

눈발이 희끗거리는 밤을 허름한 민박집 할아범과

생고구마를 깎으며 나누는 따스한 이야기와

느닷없이 홀로 별처럼 아스라이 떨어져 있다는

소스라치는 외로움에 떨며 객수의 두꺼운 이불을 덮자

잠들면 오랜 동안 묶여 있던 내 꿈의

자유로운 여행도 이젠 허락하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 나는 다시 환하게 집으로 돌아오리라

아무래도 나는 과거의 무엇엔가 단단히 빚졌다

사는 동안 마음 깊은 곳을 끝내 떠나지 않을

이 아득한 그리움을 무엇이라 말하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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