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송두영 시집 '물메 쉼표 같은'

김창집 2019. 12. 22. 23:36


지는 해

 

눈과 귀 보고 들음이 세포까지 물들어

 

다음 생에 걷는 길 다시 재는 그림자

 

서산에

남겨진 여운

 

그들, 그 빛이

    

 

 

억새

 

흰머리 정년에

사랑이나 남을까

 

산비탈 낮은 흐름

바람의 신호만으로

 

흔들림 두고 가야 할

그 시간에 하얗게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여로

 

잎 피고 떨궈내는

 

시간 밖의 안녕을

 

한번쯤 확인하고

 

낟가리로 익던 가을

 

미련만 꾹 눌러 재워

 

묻는 안부, 누구인가

    

 

 

 

살아있는 흔적을

 

혼자서 되짚는 거야

 

잡초처럼

 

끝도 없이

 

살아갈 저 길 끝

 

깊은 밤 촉수를 세워

 

빛의 언어 주는 거야

 

    

 

주름살

 

살다보니 생기더라

 

살아오며 만든 거라

 

밭도랑 이랑 만나

 

골 하나에 넣은 씨앗

 

치솟다 지친 어느 날

 

별지에 내가 있다

    

 

 

치매

 

잎맥만 선명하다 우글쭈글 저 낙엽

 

누렇게 바랜 잎이

길거리에 남긴 숨결

 

바람이

쓸고 간 자리

듣는다 보듬는다

    

 

 

꽃은

 

어머니 주검을 들여다보다

꽃물보다

더 진하고 아득한 만남을

하나의 꽃으로 피어

마른 꽃 되기까지

 

나뭇잎 떨어져

여기저기 떨군 가을

꽃은

지지 않으면 꽃이 아니라고

어머니

꽃술에 새긴

붉디붉은 꽃의 언어

    

 

 

불이문*

 

면과 면이 만나면

하나의 각을 이루지

 

각 안의 작은 틈

애초의 모서리로

 

서로가 서툴게 바라 본

간극들이

거기 있어

 

틈 안의 소리는

벽을 타고 오르지

 

동강 난 눈물이나

일직으로 박힌 시간

 

기억의 전원을 누르면

거기가 거기인 걸

 

---

*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임을 상징하는 불교 용어.

 

 

              ** 송두영 시집 물메 쉼표 같은(열린시학 정형시집 155)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