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인지 '포엠만경'
과학적, 기술적, 사회적 변화의 걷잡을 수 없는 가속화는 자신의 운명을 적절하게 결정할 개인의 능력을 파괴해 버린다. 이에 시인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강상기 회장 ‘펴내는 말’에서)
*동인 : 강상기 김광원 김양호 박윤기 박환용 승한 장재훈 정재영 최기종 호병탁
♧ 섬 – 최기종
그 섬에 가고 싶다.
거친 바닥 넘고 넘어
불볼락, 깔데기 뛰어노는
그 섬에 가서
한 삼 년 푹 쉬고 싶다.
먹빛 해무에 감싸인
그 섬에 가서
바다 속 깊이 뿌리 내리고
하얗게 부서지면서
한 삼 년 푹 묵히고 싶다.
해뜰목, 달뜬목, 동개, 빈주암, 오리똥산데, 석순이빠진여, 섬등반도, 국흘도
바람에 흔들리고 환호하면서
후박나무 되어서
몽돌이 되고 짝지 되어서
한 삼 년 벌겋게 익어가고 싶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눈물, 콧물, 똥물까지 토해내고
결국 빈속으로, 빈주먹으로
그 섬에 가서 반디처럼
작은 등불 하나 밝히고 싶다.
* 동인시집 8호『포엠만경』(시동인 포엠만경, 201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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