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나 이름은 숭어라 헴수다 – 김항신

김창집 2019. 12. 26. 17:33


나 이름은 숭어라 헴수다 김항신

 

저어기 가마리 양식장 옆 바당서 팔딱 팔팔딱거리멍 수영도 허곡

 

양식장 먹다 남은 찌꺼기도 얻어 먹으멍 살고 이신디

 

이 귀허신 몸을 하시로* 봐그네 여깃 사람들은 먹지도 안 허멍

 

무사 나를 잡아 감신디사

 

옛날 임금님 수랏상에나 올리곡 양반님네나 나를 먹엇덴 허는디

 

허기사 갯것 바당 고우세* 있는 사람사 나가 필요 엇주게

 

다른 것도 많고 많은디 나는 비렁내 난덴 허영으네

 

경헤도* 우리 안주인은 나를 경 안 좋아 허당 이젠 아깝덴 허여

 

무산고 허문* 바깥주인이 저어기 경상도 사름이라 여기 제주에 살멍서도

 

허긴, 지는 재미로 나를 잡앙 장만허영 갖다줄 중이나 알앗주마는 잘 먹진 안허여게

 

내가 버릴 건 가시 빼다귀 뿐인디 말이주

 

우리 안주인이 연구를 많이 헴신게

 

나를 가졍 이레도 헤봣닥 저레도 헤밧닥 말려도 봣닥 김치찌개도 헤봣닥

 

게난 최종적으론 즉석에서 횟감으로 최고주마는 시간이 지나부난

 

포 떠그넹 살점은 전 부쳐 먹곡 껍질광 남은 빼다귀에 살점 붙은 걸랑

쌀뜨물에

 

놈삐* 썰어놩 뚜껑 열엉으네 끓이문 비렁내 하나도 안 난덴 허멍

 

난 불포화지방이라 아무텅도 안 허여 말 그대로 영양 덩어리라

 

난 죽어도 말을 헐 줄 알주게 이추룩* 말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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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어. 순서대로 함부로’, ‘근처’, ‘그래도’, ‘왜냐 하면’, ‘’, ‘이렇게를 뜻함.

     

 

                       김항신 시집 꽃향유(책과 나무, 201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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