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송구영신(送舊迎新)

김창집 2020. 1. 24. 18:03

 

♧ 섣달그믐 - 장진숙

 

날 저문 귀향길엔 폐가를 뒤지다 온 찬바람 홀로 울며 내닫고

알곡의 싸락별들 누가 죄다 실어냈는지

샛별 하나 뜨지 않았다

가는 해 걸직이 엮어 복조리에 너스레 담아 돌리던 총각

깜부기로 타서 떠났다 하고

들몰댁 사십 년 정한수 사발

귀밑머리 허옇게 얼어 고샅을 지키는데

너덜겅 푸서리 누가 갈아엎느냐고

오는 해 싱싱한 꿈 누가 건지느냐고

어머니 한숨엔 숭숭 바람이 들어

생솔 매운 연기에 짓무른 눈 연신 벌게지는데

 

좀처럼 시루떡은 익지 않았다

 

♧ 송구영신 - 靑山 손병흥

 

늘 바쁘게만 달려 나왔던 한해의 끝자락

묵은해를 떠나보내고 새해 맞이하는 시기

 

신년의 운수대통 기원해보는 음력 섣달그믐밤

옛것을 물린 채 새로운 것을 받는다는 새해맞이

 

어려운 일들로 점철된 서민들의 주름살 펴고서

다시금 희망찬 새해 맞이하기를 축원해보는 마음

 

수많은 정보로 상식 넘쳐나 불통 먹통 되는 세상

자고 일어나면 바뀔 정도의 정보화에 밀려난 낭만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며 소통하고픈 변화의 물결로

힘들게 스쳐간 나날 되새겨 오뚝이같이 일어날 의미

 

♧ 제야의 세목洗沐 - 姜大實

 

묵은 해 꼬리 감추는 섣달그믐

세파에 오염된 영육을 씻어낸다

표피에 엉기어 땀의 분비 경멸하는

나태의 각질을 벗기고

이해득실 따져 입과 눈귀 속여 대는

구린내 밴 양심 우려내고

고열에 녹이고 땀으로 걸러

세포 사이 증오의 홀씨 녹여낸다

얼굴과 심장의 검은 털 밀고

뇌 속 구태의 녹까지 벗겨낸 뒤

냉수에 헹구고 거울 앞에 서면

생기 넘치는 투명한 영혼

짐 벗은 아침 같은 마음이어라

옷까지 정갈히 갈아입고 나니

심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새해 새날이 활짝 열리고

새 부대에 간간한 꿈 장만한다.

 

 

--우리가 시간을 구분해서 날과 달을 새고

   해를 가르며 생각을 달리 하드라도

   어제와 오늘이 꼭 같듯이

   사실 오늘과 내일도 같을 것이다.

 

   이제 하도 여러 번 겪다 보니

   새로울 것도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습관처럼 해오다 보니,  마음은 그게 아니다.

 

   지난 화요일 답사 다녀오다가

   양지 녘에 핀 개불알꽃 가녀린 색감이 너무 고와 보여

   남 흉보는 것도 잊고 바짝 엎드려 찍어 보았다.

 

   무엇이든 간절하면 얻어지느니

   내년에도 부지런히 돌아다닐 것이다.

 

   이 글이 어느덧 4444번째가 되었다.

 

*개불알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