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장재훈 시인의 '하이에나'

김창집 2019. 12. 28. 23:19


하이에나 8

  


으스름 달 뜬 밤,

앉은뱅이 술에 취해

맹 돌진했다.

늙은 늑대를 향하여

 

오장이 끌어올라

맹공격했으나

남은 건

깨진 무릎과

피투성이 숨소리뿐.

    

 

 

하이에나 9

 

늙은 맨드라미도 시든

늦가을 황혼녘.

별들은 하늘에

바둑알로 땅 땅 땅 솟아났다

썩은 고기만 먹어도

눈길은 달빛만 좇아

수심만 깊어갔다

얼마나 많은 꿈을 읽어야

내 귀에 맑은 바람 들릴까.

    

 

 

하이에나 13

 

나와 동료들은 붙잡혀 간다.

지금 동물원으로

그곳은

코뿔소 무덤에서 썩은 고기

뜯을 때보다 더 고약하다 했다.

어지럽다

이게 차멀미라고 햇다.

우리도 사람처럼

기도라는 걸 하자고 했다.

    

 

 

하이에나 14

 

내 이름은 참 많다

히에나

초원의 청소부

악마의 웃음

땅늑대

아프리카의 시궁창

내가 젤 좋아하는 이름은

바로 땅늑대

땅만 빼면 늑대’-

얼마나 늠름한 이름인가,

얼마나 존경스러운 이름인가

    

 

 

하이에나 15

 

갈바람이 분다

낙엽이 무리져 하강한다

문득

부서지는 달빛 감고

조용히 돌아눕는다.

 

 

                      △ 동인시집 8포엠만경(포엠만경, 201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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