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에나 ․ 8
으스름 달 뜬 밤,
앉은뱅이 술에 취해
맹 돌진했다.
늙은 늑대를 향하여
오장이 끌어올라
맹공격했으나
남은 건
깨진 무릎과
피투성이 숨소리뿐.
♧ 하이에나 ․ 9
늙은 맨드라미도 시든
늦가을 황혼녘.
별들은 하늘에
바둑알로 땅 땅 땅 솟아났다
썩은 고기만 먹어도
눈길은 달빛만 좇아
수심만 깊어갔다
얼마나 많은 꿈을 읽어야
내 귀에 맑은 바람 들릴까.
♧ 하이에나 ․ 13
나와 동료들은 붙잡혀 간다.
지금 동물원으로
그곳은
코뿔소 무덤에서 썩은 고기
뜯을 때보다 더 고약하다 했다.
어지럽다
이게 차멀미라고 햇다.
우리도 사람처럼
기도라는 걸 하자고 했다.
♧ 하이에나 ․ 14
내 이름은 참 많다
히에나
초원의 청소부
악마의 웃음
땅늑대
아프리카의 시궁창
내가 젤 좋아하는 이름은
바로 ‘땅늑대’다
땅만 빼면 ‘늑대’-
얼마나 늠름한 이름인가,
얼마나 존경스러운 이름인가
♧ 하이에나 ․ 15
갈바람이 분다
낙엽이 무리져 하강한다
문득
부서지는 달빛 감고
조용히 돌아눕는다.
△ 동인시집 8호『포엠만경』(포엠만경, 2019)에서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詩' 1월호의 시와 수선화 (0) | 2020.01.07 |
---|---|
김항신 시 '나를 바라본다' (0) | 2019.12.30 |
최기종 시인의 '섬' (0) | 2019.12.27 |
김항신 시집 '꽃향유'에서 (0) | 2019.12.23 |
송두영 시집 '물메 쉼표 같은' (0) | 2019.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