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바라본다 – 김항신
1 – 이순
상아야 너 나이 이순이라 했지
십 년 전엔 그냥 영원한 49세로 있고 싶다더니
그래 세상 물정 모르는 건 아니다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말로 알고 있자
모든 것 다 이해되는 마음들은
좀 더 성숙함에서이겠지
살아온 날들이 많다는 것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라는 의미에서일까
벌써 여기까지 와버린 시간이
2 – 생
한 번뿐인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무례한 모순들 연습이라고
체험이라고
예술이라고 했던가
결국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한 것을
3 – 노을
맘껏 자태를 뽐내던 햇살도 이제 서쪽으로 걸어가는데
우리도 서쪽으로 걸어가는데
불현듯
낙엽이 사르륵거리는 날
한 번쯤 우리
맛있는 풍경과 멋있는 노스탤지어 부르며
향기로움 함께하는 시간 만들어 봐요
* 김항신 시집『꽃향유』(책과나무, 2019)에서
* 사진 : 영상앨범 산 – ‘대둔산도립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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