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김영란 시 '그리운 것들은'

김창집 2020. 1. 13. 10:37


그리운 것들은 - 김영란

 

  그리운 것들은 등 뒤에 서있었다

 

  시래기 엮듯 포승에 묶여서 서 있는 사람들, 절망의 깊이만큼 굽은 허리, 노상 암청색인 거친오름 하늘로 바람 까마귀 한 무리 불안하게 날고

 

  흐릿한 그림자 하나 고개 들어 뒤를 본다

 

  뿌리 약한 나무 낯선 바람에 떨고 있다

 

  살아 있어 불안한 눈빛 그리움에 흔들려 꿈인 듯 생시인 듯 대명천지 눈부신 햇살 찌르듯 파고들어 소리 없는 비명이다

 

  등 뒤로 멀어져가는 그리운 얼굴들

 

  이 길의 끝은 어디일까

  어디로 끌려가는 것일까

  다시 올 수 있을까

  초점이 흐려진다

 

  죽음의 언덕 오르며

  나를 보는 저 슬픈

  눈


      * 김영란 시조선집몸 파는 여자(우리시대 현대시조선 133, 2019)에서


 

  -제주4.3평화공원에 가면, 한켠에 행방불명인 묘역이 있다.

 4.3사건 희생자 중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게 사라져버린 분들의 표석을 하나하나 설치해 놓고 넋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그들은 대부분 4.3사건의 와중에서 체포되어 본토 각 지역의 형무소에 수감된 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희생되었거나,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행방불명된 자들의 표석이다.

  이 글은 묘역 위 사진에 나오는 상징구조물을 보면서 쓴 작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