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경칩에 피어난 꽃들

김창집 2020. 3. 5. 09:48

*산수유

 

♧ 봄은 온다 - 박인걸

 

봄은 온다.

 

지난겨울 함박눈이 쏟아질 때

나는 눈을 맞으면서도 봄이 온다고 믿었고

동한(冬寒)에 얼음장이 깨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기다리면 강이 풀린다고 믿었다.

날짐승들 모두 자취를 감추고

풀벌레 소리 사라져 적막강산일 때에도

봄에 대하여 의심치 않았다.

달력이 한 장씩 떨어져 나갈 때마다

태양은 지구로 다가오고

혹독한 겨울은 꼬리를 내리고

어디론가 도망친다는 것을 믿었다.

경칩이 지나던 어느 날

개구리 노래가 귓가를 스칠 때

산고랑에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었다.

황사가 재를 퍼붓고

우박이 진달래 꽃을 찢으며 심술을 부려도

불도저처럼 밀고 오는

봄의 세력을 가로막을 수는 없으리.

창문을 열어 재치고 보라

자목련 꽃망울에 웃으며 앉아 있고

느티나무 가지에 매달려 눈을 틔우는

조용 하지만 폭탄만큼 강력한

저 새 생명의 위대한 봄기운을

봄은 온다. 아니 봄은 왔다.

우리들 앞마당까지 왔다.

휴전선을 넘어 얼어붙은 땅에도

틀림없이 봄은 찾아오리라.

 

*중의무릇

 

♧ 꽃과 새들의 춤 - 박종영

 

경칩 지나고 겨울 떠나는 날

숨어 바람 이기고 목청 다듬는 동박새

추운 날 모두 거두어 가는 청초한 춤이기를

황매화 노란 웃음 위에

날뛰는 노랑 부리 딱새

어둠 헤치고 동동하게

빗살 치는 춤이기를

겨우내 주눅이 든 검은 땅

하늘 바라기 크게 숨 돌리는 종다리

한판 난장으로 퍼대는 흥겨운 춤이기를

언 땅 밀치고 일어서는 노랑 복수초

연둣빛 속살로 가벼운 웃음 흘리는 변산바람꽃

두근두근 붉은 가슴 내밀어 통째로 밟히는 동백꽃

정녕 너희들 꽃 춤으로만 설레는 우리

높은 산 아뜩하게 살가운 봄은

자분자분 3월이었음을 기억하게

 

*얼레지

 

--개구리가 풀떡 뛰어나온다는 경칩.

   아직도 칩거해 세상 소식을 자기가 좋아하는 TV채널로,

   휴대폰을 통해 지인들과의 카톡 대화방을 통해 소통하며

   혹 체념하고 계신 분은 없겠죠?

 

   코로나19가 무서워

   집안에 콕 박혀 배달이나 냉장고 음식을 축내다가

   ‘확’실히 살이 ‘찐 자’가 되었다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로 심각한 나날입니다.

 

   하지만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개구리처럼 집을 풀떡 뛰어나와

   산으로 들판으로 나가 보세요.

 

  목련도 벌써 반 넘어 벌어졌고 ,

  산수유도 이른 것들은 벌써 노랗게 피어나고,

  노루귀, 중의무릇, 현호색도 활짝 피어나

  봄의 찬가를 합창하고 있습니다.

 

 

* 현호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