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느닷없는 코로나 정국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이브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가만히 생각하여 보면
무언가 이룬 것 같은데
허전한 느낌만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것은 욕심(慾心),
자신의 욕심만 생각하고 주위
또는 남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욕심’이란 괴물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어 만족할 줄 모르고,
그것이 이루어지 않을 때는
염치고 뭐고 없이 덤비며
안 되면 주변 탓, 나라 탓만 하게 됩니다.
오늘 같은 날은 가진 사람들이 주위를 돌아보며
자신이 건강하게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임을 느끼고
주변에 못 먹고 못 입어 추위에 떨고 있지나 않는지 살펴
움켜쥔 손을 활짝 펼 때입니다.
생각해 보면 나 혼자만 잘해서 부(富)를 축적한 것이 아닙니다.
나라가, 또는 이웃이 알게 모르게 도와줘서 이뤄진 것이기에
더러는 사회에 환원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요?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한편으로
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하시고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즐거운 성탄절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 - 오보영
나
너를 위해서 왔노라
네가
너의 너됨으로 살아가게 하려고
내가 왔노라
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정말로 귀한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고
또
지금 이 순간 네가 겪고 있는 일은 모두가 다
분명 더 나은 내일로 채워지기 위한 거라는
소망도 주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두는 다
너만큼이나 소중하니
반드시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랑도 알려주려고
내가 왔노라
오직 너를 위해서
네 가진 문제 다 해결해주려고
너의 삶을
더 풍요롭고 가치 있게 살아가게 하려고
나 너에게로
기꺼이
내려왔노라
♧ 성탄 전야 - (宵火)고은영
깊어지는 새벽의 얼굴에
천금 같은 당신 사랑이
도심의 쇼윈도에 좁은 골목에
황금으로 도금되어 거리마다 가득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부자들도 당신을 좋아하는 걸 보면
하얗게 지새는 밤의 시간마다
깊어진 계절 위 당신 발걸음 소리
밤새 당신 오시는 길 밝힐
함박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세찬 바람처럼 흔들리는
우리의 이기적인 사랑과
욕심으로 넘친 겨울 깊은 봉분에서
연약한 눈빛에 살아온 세월만큼
존재가 발가벗겨진 부끄럼 앞에
세상이 미워지는 날
미움의 몸통으로 가난한 울음에 젖은
작은 가슴만 남아 지친 이즈음
환한 빛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 오는 당신
부족한 허물을 덮으시며
생명의 빛으로 옷 입히시네
벌겋게 발화되는 그리움의 앞섶마다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을 들추는 당신
시간이 익는 소리에 밤새 함박눈 내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땡그랑, 땡그랑”
납덩이같이 무거운 영혼에
당신 오시는 그리운 종소리에
사랑의 눈꽃이 만발하고 잔잔한 평화가
영혼의 구석마다 소복이 쌓였으면 좋겠다
♧ 크리스마스이브 - 임영준
성탄전야는
청춘을 일으킨다
아이들도
덩달아 빛난다
축복을 타고
거리를 떠다닌다
서로 배려하고
은총에 겨워 달아오르면
구원으로 우는 자선냄비가
세상을 일깨운다
온 누리 가득
천상의 전령을 부르고 있다
* 사진 설명 1. 자금우 위에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 2. 산천단 비자나무 위에 트리를 연상시키는 눈
3. 한라산의 상고대 4. 말 목장에 쌓인 눈 5. 1100도로 휴게소의 상고대
'아름다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보내면서 (0) | 2020.12.31 |
---|---|
양대영 시평집 '탐나 국시'에서 (0) | 2020.12.29 |
김광렬 시집 '존재의 집'의 시(2) (0) | 2020.12.22 |
'산림문학' 초대시 - 이상국 (0) | 2020.12.19 |
제주작가 2020 가을호의 시들 (0) | 2020.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