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최기종 시집 '목포, 에말이요'의 시(2)

김창집 2021. 1. 29. 00:14

목포 사람

 

목포에 가며는

홍탁에다 갈치속젓만으로도

맹헌 낯뿌닥 솔찬히 불콰혀지는디

쩐득쩐득헌 낙지발이며 멍게, 해삼, 개불꺼정 디려서는

씹을수록 개미지고 오돌토돌한 감흥이라니

오메! 얼척없당께

머시기도 거시기도 벌벌 살아나서는

 

거그 허름한 밥집에라도 반찬이 말이 아니당게

명란, 창란, 밴댕이, 곤쟁이, 어리굴젓에다

입천장 데이는 매생이며 매콤한 바지락이며 홍합탕이며

감태, 청태, 함초, 뽀시래기, , 가사리꺼정 내놓고는

차린 것이 없다고 싸게싸게 드시라고 허니

타지에서 오신 분들 눈이 화등잔만 혀지징

 

목포에 가며는

농어, 숭어, 광어, 우럭, 도다리가 뻐끔거리고

문저리도 놀래미도 모치도 오도리도 퍼덕거리는디

산낙자, 낙자탕탕이, 초무침, 호롱이, 연포탕이 구성지고

백성의 괴기인 민어회도 좋고 보양식인 민어백숙도 좋고 이따만 한 민어찜은 또 어떻고

꽃게무침이며 꽃게찜이며 꽃게탕이며 매콤헌 꽃게살비빔밥이며

, 입 안이 얼얼한 아구찜이며 아구탕이며 황시리지짐이며 우럭지리탕꺼정

아심찮다 아심찮다

 

에말이요 목포에 가서는

푹 삭힌 홍어회가 코를 팩 쏘징

얼큰한 홍어탕에다 동태, 조고탕에다

참복, 쫄복에다 오징어물회로 속풀이허고

갈치구이, 딱돔구이, 전어, 장대구이 잘도 발라 묵으면 목포사람 다 된 거지

감태 한 점 입에 넣으면 목포바다가 시퍼렇게 펼쳐지징

병치 한 점 깻잎에다 밥 한 술 떠서 마늘, 풋고추, 된장 찍어 쌈 싸 묵으면

그미가 징허기도 그립더만

어떡거나 뿔소라껍질 귀에 대면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멀리서 그대 숨소리까정 들리는디

 

목포여자

 

짭조롬헌 바다내음이 난다네

먼 바다 다랑어 정어리 냄새도 나고

뒷개 갯내도 나고 미역 해우 냄새도 난다네

남정네들 모 아니면 도라고

중선배를 타고 동지나해로 나가거나

샘다방이나 방석집 뻔질나게 드나들지만

목포여자들 안팎살림 도맡아서

보리도 갈고 미영도 따고 리어카도 끌고 물지게도 지고

갯바닥 나가서 낙자도 캐고 조개도 줍고 감태 청태 뜯어 오고

부두에서 노무도 허고 조고도 따고 그물코도 기우면서

보릿고개도 가뭄도 시한도 이겨냈다네

갯바람에 깎이고 깎여서 다리 절고 허리 구부러지면서

그래도 몸빼바지 그대로

서산동, 온금동 오르내리면서 고물도 줍고

죽교동, 남교동 거리거리 노점도 허고

항동시장 하꼬방에서 생것 장시도 허면서

파도에 밀리고 밀려 뒷걸음치면서도

꾸짖는 소리 욕설은 용댕이바다를 건너간다네

멍게처럼 붉어지고

갈치창젓처럼 불 댕기고

내내 얼굴만 봐도 죄스럽고 죄스러운 여자

문두에 홍등 걸어놓고는

조금 때를 기다리고 있다네

 

 

                                    *최기종 시집 목포, 에말이요(푸른사상, 202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