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 펴내

김창집 2021. 2. 9. 16:13

시인의 말

 

시조의 종가는 단시조랬다.

 

허랑방탕

 

여기까지는 왔다.

 

 

                                   20211

                                         오승철

 

다시,

 

허랑방탕 봄 한철 꿩소리 흘려놓고

여름 가을 겨울을 묵언수행 중이다

날더러 푸른 이 허길 또 버티란 것이냐

 

누이

 

쇠똥이랴

그 냄새 폴폴 감아올린 새순이랴

목청이 푸른 장끼 게워내는 울음이랴

초파일 그리움 건너

더덕더덕 더덕밭

 

봄꿩

 

대놓고 대명천지에

고백 한 번 해 본다

 

오름 만한 고백을 오름에서 해 본다

 

갓 쪄낸 쇠머리떡에

콩 박히듯 꿩이 운다

 

봄날

 

붉은오름

아침놀

은숟갈 빛

산마을

상여 메듯

그것들을

떠메고 온

새 몇 마리

말좆이

늘어진 봄날

유채밭

흔들고 가네

 

차마고도

 

매일 아침 알약 몇 알 넘겨내는 내 식도

 

하늘에 내맡긴 길,

 

차마고도 같은 그 길

 

어디로 나를 이끄나 천형의 그리움아

 

어느 날 백수白水 선생

 

실로 모처럼 만에

안부 전화 드렸더니

 

댁은 뉘시오?”

 

아차 하는 그 순간,

 

뒤이어 하시는 말씀

 

라고 할 줄 알았지?

허허

 

북돌아진오름

 

바다에 갇힌 섬보다

 

그나마 내가 낫네

 

역병 도는 이 가을날 눈치껏 오른 오름

 

북채를 들지 않아도

 

북이 먼저 울겠네

 

올레길 따라

 

암그령 수크령이 간들대는 대수산봉

 

그 품에 젖꼭지같이 무덤 한 채 얹혀있다

 

누게고?”

 

선산도 짐짓

 

날 아는 숭 모르는 숭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세우고(황금알, 20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