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바다
친구여,
우리 비록
등 돌려 산다 해도
서귀포 칠십 리
바닷길은 함께 가자
가을날 귤처럼 타는
저 바다를 어쩌겠나
♧ 섬동백 1
이리저리 귀를 열고
바람 소릴 듣는다
달무리 피어올라
대숲에 숨는 얼굴
아아, 그 가득한 목소리
돌아보는
동백꽃
♧ 섬동백 2
바닷길 쪽으로만
기우는 가지가 있다
고향에 사는데도
외로운
사내여
그 마음
붉히지 못해
온통 젖은 바닷길
♧ 위미리
참을 만큼 참았다며
이른 봄 꿩이 운다
자배봉 아랫도리 물오르는 부활절 아침
위미리
옛집 그 너머
사발 깨듯 장끼가 운다
♧ 추석날 위미리는
명치鳴雉동산 꿩소리 간신히 재웠는데
자배봉 한자락에 어머니도 재웠는데
대체 난
어떡하라고
여태 남은 고추잠자리
♧ 위미리 동백
간밤에 동백 지듯 섬 몇 개 내린 바다
인생은 일사부재리 고향에는 왜 왔냐며
한때의 선거판처럼 낯붉히는 동백숲
♧ 그리운 날
출렁이는 아픔도
아예
말하지 말자
장끼가 울어 쌓는
그대 무덤가에
고사리 고개 못 들고
죄인처럼 섰구나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 세우고』(황금알, 2021)에서
'아름다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병주 시 '과메기' 외 4편과 풀고사리 (0) | 2021.03.15 |
---|---|
'우리詩' 3월호의 시와 히어리 (0) | 2021.03.13 |
월간 '우리詩' 03월호의 시와 목련 (0) | 2021.03.10 |
고연숙 수필 '나비의 꿈' 외 1편 (0) | 2021.03.05 |
오승철 시조 '쇠별꽃' 외 5편 (0) | 2021.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