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오승철 시조 '서귀포 바다' 외 6편

김창집 2021. 3. 11. 13:17

서귀포 바다

 

친구여,

우리 비록

등 돌려 산다 해도

 

서귀포 칠십 리

바닷길은 함께 가자

 

가을날 귤처럼 타는

저 바다를 어쩌겠나

 

섬동백 1

 

이리저리 귀를 열고

바람 소릴 듣는다

 

달무리 피어올라

대숲에 숨는 얼굴

 

아아, 그 가득한 목소리

돌아보는

동백꽃

 

섬동백 2

 

바닷길 쪽으로만

기우는 가지가 있다

 

고향에 사는데도

외로운

사내여

 

그 마음

붉히지 못해

온통 젖은 바닷길

 

위미리

 

참을 만큼 참았다며

이른 봄 꿩이 운다

 

자배봉 아랫도리 물오르는 부활절 아침

 

위미리

옛집 그 너머

사발 깨듯 장끼가 운다

 

추석날 위미리는

 

명치鳴雉동산 꿩소리 간신히 재웠는데

자배봉 한자락에 어머니도 재웠는데

대체 난

어떡하라고

여태 남은 고추잠자리

 

위미리 동백

 

간밤에 동백 지듯 섬 몇 개 내린 바다

 

인생은 일사부재리 고향에는 왜 왔냐며

 

한때의 선거판처럼 낯붉히는 동백숲

 

그리운 날

 

출렁이는 아픔도

아예

말하지 말자

 

장끼가 울어 쌓는

그대 무덤가에

 

고사리 고개 못 들고

죄인처럼 섰구나

 

 

                                       *오승철 시조집 길 하나 돌려 세우고(황금알, 20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