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강상돈 시집 '딱!' 발간

김창집 2021. 5. 26. 18:22

 

눈물 꽃

 

눈물 없이 피는 꽃이

있기는 한 걸까

 

다랑쉬오름 중턱에

숨어 지낸 들꽃들

 

살아갈

터전을 잃어

핏물 왈칵 쏟아낸다

 

 

 

장미

 

요 며칠 울담 너머 내 등을 간지럽히더니

 

오늘은 옷고름 풀며 주섬주섬 다가오네

 

저 붉은 앙칼진 자태 이내 몸이 뜨겁네

 

 

 

접시꽃 2

 

목뼈가 굵은 사내 줄담배를 피워대고

 

때론 발목을 잡아 닭싸움도 해보면서

 

초여름 부산한 오후에

 

개폼 잡는

 

 

 

 

담쟁이 13

 

요 며칠 콧구멍이 맹맹하다 했더니

 

늦더위를 먹었나, 담쟁이가 코필 쏟네

 

골목길 애돌아가면서

 

불붙는 하늘도 보네

 

 

달팽이 1

 

느릿느릿 가는데 무슨 욕심 더 부리랴

 

집 한 채 있으면 그걸로 만족한데

 

축축한 봄날이 오면 느림보로 살고 싶다

 

 

 

단풍 1

 

느닷없는 습격에 속이 새카맣게 탄다

 

열병같이 번져온 옛사랑을 놓칠세라

 

절정에 불타고 있네, 여린 가슴 녹이네

 

 

 

돌하르방 4

 

누굴 그리 기다리나

파할 시간 넘었는데

 

동카름* 마실가신

내 아버지 발길 따라

 

오늘도

잔술에 취해

놀을 잡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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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름 : ‘동네를 말하는 제주어.

 

 

               * 강상돈 시집 !(한국의 단시조 031, 책만드는집, 2021.)에서

                *맨 처음 꽃은 피뿌리풀, 돌하르방 사진은 삼성혈 정문의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