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8월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김창집 2021. 8. 1. 21:40

8월의 기도 - 은파 오애숙

 

오 주여,

우리 영혼 돌아보소서

당신의 풍성한 은혜 맛보고파

8월 길섶에 간절히 두 손 모읍니다

 

온누리 녹푸름이

파도 물결로 피어나는 향그럼에

출렁이는 8월인데 난데없는 폭우로

모두가 아사직전으로 널브러진 상태입니다

 

주여 탄식의 소리 들으샤

길 잃은 어린양과 다를 바 없는 심연

나라 안팎으로 사랑의 물결 넘치게 하시고

속히 모두가 제 자리에서 본연의 삶 살게 하소서

 

아직 온누리에 코로나 19

주인행세하고 있어 향방 없는 자 같이

모두가 갈 길 못 찾는 한 마리 어린양처럼

우왕좌왕 깊은 골짜기에 빠져 허덕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 인해 닫힌 마음

활짝 열고 수칙 지키되 봄볕의 햇살처럼

도움의 손길이 되고자 노력의 꽃 피우게 하소서

 

한겨레 한얼로 꿈과 희망을

모두에게 선사하며 협력 해 선 이루워

세계 속에 팔월의 들판 자랑스럽게 날개 펼쳐

태극기와 무궁화 꽃이 활짝 피어 향기 휘날리게 하소서

 

반세기 전 일제로부터

억눌린 압제 늘 기억의 끈 잡고서

허랑방탕치 않고 광복의 기쁨 심연에 박제 시켜

세계 향해 사랑의 향그럼 한얼의 정기로 나르샤 하소서

 

오 주 내 구주여

8월에는 진정 웃음꽃 피어

사랑의 열매 맺어 서로에게 베풀며

한가위 보름달처럼 희망의 꽃 피우게 하소서

 

8월의 기도 - 박인걸

 

초록 생명이 파도치고

뜨거운 열기가 위로 치밀 때

시원한 소낙비가 대지를 적셔주면

지쳤던 풀잎들은 되살아납니다.

능소화 대낮을 밝히고

해바라기 꽃 뜨겁게 웃고

배롱나무 꽃향기 짙게 퍼질 때

진분홍 분꽃은 당신의 마음 같습니다.

맥문동, 박주가리, 모시 대, 잔대꽃

보랏빛 산도라지, 곤드레 꽃

무리지어 피어나는데

사람들 얼굴에만 근심 꽃이 피었습니다.

악이 득세하니 선이 무기력하고

불의와 탐욕이 넝쿨처럼 뻗으니

사랑의 힘은 배터리처럼 방전되고

질투와 시기는 잡초처럼 일어섭니다.

길고 지루한 장마 비마저

코로나에 지친 세상을 무자비하게 덮쳐

만신창이가 돼버린 가슴들마다

황토 빛 고름이 고였습니다.

주여! 치유하소서.

긍휼과 자비의 손길을 뻗치소서.

환란 중에 괴로워하는 가슴들마다

자연처럼 평화롭고 넉넉하게 하소서.

 

모닝커피와 8월의 문 - (宵火) 고은영

 

아무리 절망이어도

아무리 눈물이어도

수많은 나를 허물고

초라한 궁핍이 나를 불러도

헤이즐럿 향이 밴 파란 하늘에

바람의 속도만큼이나

부산하게 움직이는 구름 속에서

한철의 용서로 나를 지나게 하라

 

아침은 나로 희망을 미소하고

한 잔의 커피에도 바람은 황홀한 춤사위로

최고조의 청량한 줄기로 아리아를 부른다

나는 바람의 양수 속을 맘껏 유영하고

보고픈 얼굴들은 한 옥타브 높은 음율로

8월의 악보에 동화 같이 젖어 있다

 

화무십일홍이라

우울한 명암 속에

웅크린 슬픔이 천 길이어도

단순한 습기를 씻어 말리는

저 태양의 궤도를 익히고

이제 저물어가는 황혼에

더 무엇을 소망하고 바랄 것인가

 

행복은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슬며시 다가오는 법이다

이대로 그냥 이대로

지나온 모든 아픔과 절망까지도

순리로 흐르는 죗값으로 순응하고

눈물로 봉헌하는 참된 나이게 하라

 

그러므로 질기디 질긴 이 운명의 사슬도

나로부터 파생된 젖줄이니

행여 원망의 새끼줄에

대롱거리는 내 목숨의 온전함은

넘치는 내 잔의 축복이

나로 얼마나 큰 것인가를 깨닫게 함이라

 

여름을 보내며 - 이향아

 

절정은 지나갔다

8월은 이제 만만한 풋내기가 아니다

말복을 향해 불을 뿜던 칸나도

제풀에 지쳐 목이 잠기고

감출 것도 머뭇거릴 것도 없는

그렇다고 으스대지도 않는

이미 판가름이 난 굿판

 

발표가 남았어도 조바심하지 않는다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을 것

두근거림도 가라앉히고

평온하게,

아주 평온하게 익어가는 대낮

햇발은 느긋하게 그림자를 늘인다

그래도 매미는 죽을힘을 다해

최후의 공연을 부르짖는다

 

가장 오래된 꽃의 신비 - 박종영

 

늦은 오후,

한껏 흐드러지게 너울대는 연잎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빗방울,

수면에 동그라미를 그려낼 때마다

연꽃 한 개씩이 피어난다.

 

물밑 묵주 같은 어둠의 가장자리에

아픈 세월을 묻어 굵은 매듭의 뿌리를 보듬으며

빛의 증거로 피워낸 신비의 꽃봉오리다.

 

꽃잎 위에 토닥토닥 떨어지는 비를

수정으로 토해내는 푸른 연잎들,

젖지 않게 품어 안은 잎과 영롱한 물방울과의 교접이

붉은 사랑으로 자비를 베푸는 관음의 꽃인가.

 

잎은 물방울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진정으로 공존하는 파문의 세계를 이룬다.

 

신비의 연꽃이 말을 건다,

연잎 위에 궁 그는 물방울이 사랑의 간격에서

그리워하다 나를 피워냈다고,

 

8월의 태양이 초록 연잎 그늘에 숨어

한가하게 노닥거리는 후덥한 바람을

꽃 웃음 기운으로 분주하게 밀어내고 있다.

 

그때마다 연꽃에 입 맞추고 떠나가는

바람의 걸음걸이가 가볍게 휘청거린다.

 

                                                   * : 시사랑 시의 백과사전에서

                                                 * 사진 : 월출산의 여름(수채화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