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조한일 시 'n분의 1'외 5편

김창집 2021. 8. 8. 00:03

n분의 1

 

   소주 냄새 곱창 냄새 연기 자욱한 선술집

 

   반쯤 풀린 눈으로 시선을 맞추다 자정 지나 인원대로 나뉘는 정밀 분할 지친 하루의 저 군상들 대리운전 불러놓고 내일은 또 어디에서 n이 되어 살아갈까? 어느 누가 독박으로 질서를 파괴하는 외다리를 겁도 없이 건너갈 것인가? 1년도 1/365씩 똑 같이 하루하루 나누어져 취해가는 거지 n분의 1이면 정말로 거친 이 땅도 동등하게 될까? 새벽녘 막노동 나가는 늙은 노동자의 병든 등뼈가 1자로 반듯하게 서지 못한다 나눠먹기 즐기는 n이 먼저인지 1이 먼저인지 더하기보다 나누기를 잘하고 볼 일이다

 

   오늘 밤 혼밥족들은 n분의 1도 할 수 없다

 

운 좋은 날

 

천장 보고 누워 있어

두려운

압정이 있다

 

발에 찔릴까 멈칫하다

접질린

사람이 있다

 

일순간

똥 피하다 겨 밟은

운 좋은

날이 있다

 

낯의 방정식

 

두꺼워질 때도 있고

설 때도 있다더니

 

나 때문에 주름진 당신

당신 때문에

펴진 나

 

괜스레 낯간지럽다

화끈거려

죽겠다

 

와이퍼

 

흔적을

지우던 널

이제 내가 지워야겠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빠르게 두 번

느리게 세 번

 

지우면

더 선명해지는

내 앞에

서 있는 너

 

문콕

 

, 찌르고 고개 돌리면

누가 정말 모를까 봐

 

바짝 붙은 내 잘못이든

속마음 연 당신 탓이든

 

하여간 옆구리 찔렀으면

뭐라도 하지, 나 원 참

 

허리띠

 

이제, 낡고 해졌다고

쉽사리 버릴 순 없어

 

는적는적 볼품없이

흘러내리던 나를

 

한사코

깍지 낀 채로

붙들어준 너였잖아

 

 

                                         *조한일 시집 나를 서성이다(시와실천, 2021)에서

                                                    *사진 : 타이티에서 파도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