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고정국 시집 '진눈깨비'의 '겨울철새'

김창집 2021. 9. 14. 00:03

겨울철새 (1)

 

城山浦 갈대밭에

무너지는 눈발이듯,

 

피난길 겨울 한 철

살 부비던 이야긴 듯

 

자욱이

失鄕의 행렬

하늘 끝이 젖어온다.

 

겨울철새 (2)

 

처가동네 물세떼 같은

아낙들이 건너와서

 

귤 한철 석 달 열흘

시름 섞다 떠난 이후

 

다도해

청정해역의

미역 맛 담긴 안부가 오고.

 

겨울철새 (3)

 

올해도 흉흉해진

인가 곁을 빠져나와

 

번지 누울 자리에

낮게 우는 굴뚝새야

 

사글세

한해살이가

쌓여 사십고개란다.

 

겨울철새 (4)

 

철 따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무지개 따라

 

온갖 잡새 날아드는

장안의 숲속에도

 

친구야

강남만 가면

고향 잊고 산다더냐.

 

겨울철새 (5)

 

눈 오면 인가로 가랴

그리우면 물가로 가랴

 

알맞게 헐벗을 때

되려 이 깊은 山河

 

물빛 밴

詩語나 몇 점

山窓 밖에 흘리며 가랴.

 

겨울철새 (6)

 

四十年 먼 장벽은

하늘까지 막혔어도

 

한 가닥 회향懷鄕 길이

굽이돌아 닿을 그 곳

 

凍天

풀리는 날엔

날갯짓도 빛나리.

 

 

                                         *고정국 시집 진눈개비(도서출판 서울, 199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