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철새 (1)
城山浦 갈대밭에
무너지는 눈발이듯,
피난길 겨울 한 철
살 부비던 이야긴 듯
자욱이
失鄕의 행렬
하늘 끝이 젖어온다.
♧ 겨울철새 (2)
처가동네 물세떼 같은
아낙들이 건너와서
귤 한철 석 달 열흘
시름 섞다 떠난 이후
다도해
청정해역의
미역 맛 담긴 안부가 오고.
♧ 겨울철새 (3)
올해도 흉흉해진
인가 곁을 빠져나와
山번지 누울 자리에
낮게 우는 굴뚝새야
사글세
한해살이가
쌓여 사십고개란다.
♧ 겨울철새 (4)
철 따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무지개 따라
온갖 잡새 날아드는
장안의 숲속에도
친구야
강남만 가면
고향 잊고 산다더냐.
♧ 겨울철새 (5)
눈 오면 인가로 가랴
그리우면 물가로 가랴
알맞게 헐벗을 때
되려 情이 깊은 山河
물빛 밴
詩語나 몇 점
山窓 밖에 흘리며 가랴.
♧ 겨울철새 (6)
四十年 먼 장벽은
하늘까지 막혔어도
한 가닥 회향懷鄕 길이
굽이돌아 닿을 그 곳
凍天이
풀리는 날엔
날갯짓도 빛나리.
*고정국 시집 『진눈개비』 (도서출판 서울, 199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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