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장한라 디카시 '뜨거운 기도' 외 5편

김창집 2021. 9. 23. 00:03

♧ 뜨거운 기도

 

 

소한 대한에도

북녘 땅, 꽁꽁 얼지 않기를

 

새별오름 들불이여

저들에게도 따뜻한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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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니

 

 

오일장 댕기당 봐신디

메께라 게무로사

고장이우까 고라줍서

 

무사마씨 고장 닮안 곱들락호니

게문 조끄드레 왕 봅서게

 

(표준어 역)

 

오일장 다니다 보았는데

어마나 설마

꽃입니까 말씀해 주세요

 

왜 그러세요 꽃같이 곱상스러우니

그러면 가까이 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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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지리 예비군

 

 

바람과 공기 받기 하다가

 

편들어주는 올래꾼도 없어 심심해지면

수평선과 공중제비 줄넘기

 

. . . . 강심장 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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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생각

 

 

겨울 햇살 속 바닷바람 맞으며

계절을 당겨온 곳

 

주목 받기 위해서는

 

유채처럼 뻔뻔해지거나

철이 덜 들어도 당당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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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 잘못 만났으니

 

 

실컷 키워 놓은 무청은

제 갈 길로 가버리고

 

참 나 원

 

내 다시는

세상의 무가 되나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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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자 가는 날

 

 

네 다리 얌전히 맡깁니다

 

장제사님 오실 날만 기다렸어요

뒤꿈치가 달아서 혼났거든요

 

새 신발 맞춰주면

마구마구 업어 드릴게요

 

 

                    *장한라 디카시집 딴지를 걸고 싶은 고백(도서출판 시와 실천, 202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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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원본을 구하지 못해 스캔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시원치 않으며, 편집 형태도 조금 달라졌음을 이해해 주십시오. (시집에는 한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나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