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부드럽고 품위 있는 언어로
꽃을 노래하고
사랑을 예찬하고
내면의 우주를 돌아보고 싶다고
나도 그런 서정시를 쓰리라고,
내 꿈은 창대했으나
아뿔싸,
그 끝은 심히 미약하였네.
때늦은 8월의 장마가
우수의 안개로 저미는 날
창고재創古齋에서…
♧ 백동백
통꽃으로 지기엔
그대는
너무 처연히
단아하다
가지런한 치열
청한 미소
고고히 선연鮮然하여
오히려 애잔하나니
그대는
청초록 눈부신
소복素服의 햇살로
오직 고이 빛나라
♧ 꽃의 위로
당신은
크게 상처 받아
낙심할 때
문득
그 꽃이 다가와
위로했다 했지요
핏빛 검붉은
그 꽃이
어떻게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나는
그 마음
알기 위해
울타리 가득
접시꽃을 피웠습니다
♧ 물매화
그윽한 몰입沒入
몰아의 황홀
그런 여자
당신은,
♧ 배롱나무
내
무덤가에
그대
한 그루
배롱나무로 있으라
천년 이슬
숨
나누리니
그대
무덤가에
나
한 그루
배롱나무 되리
만년 불휘
연緣
이으리니
♧ 수선화 밭에서
꽃내음에
취해
죽어도 좋으리
그대 사랑
지천으로 흐드러졌으니
나 여기에
묻혀
꽃이 되어도 좋으리
*김경훈 시집 『수선화 밭에서』 (각, 20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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