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김경훈 시집 '수선화 밭에서' 발간

김창집 2021. 11. 2. 00:02

시인의 말

 

부드럽고 품위 있는 언어로

꽃을 노래하고

사랑을 예찬하고

내면의 우주를 돌아보고 싶다고

나도 그런 서정시를 쓰리라고,

 

내 꿈은 창대했으나

아뿔싸,

그 끝은 심히 미약하였네.

 

 

                                        때늦은 8월의 장마가

                                        우수의 안개로 저미는 날

 

                                           창고재創古齋에서

 

백동백

 

통꽃으로 지기엔

그대는

너무 처연히

단아하다

 

가지런한 치열

청한 미소

고고히 선연鮮然하여

오히려 애잔하나니

 

그대는

청초록 눈부신

소복素服의 햇살로

오직 고이 빛나라

 

꽃의 위로

 

당신은

크게 상처 받아

낙심할 때

문득

그 꽃이 다가와

위로했다 했지요

핏빛 검붉은

그 꽃이

어떻게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을까요

나는

그 마음

알기 위해

울타리 가득

접시꽃을 피웠습니다

 

물매화

 

그윽한 몰입沒入

몰아의 황홀

 

그런 여자

당신은,

 

배롱나무

 

무덤가에

그대

한 그루

배롱나무로 있으라

 

천년 이슬

나누리니

 

그대

무덤가에

한 그루

배롱나무 되리

 

만년 불휘

이으리니

 

수선화 밭에서

 

꽃내음에

취해

죽어도 좋으리

그대 사랑

지천으로 흐드러졌으니

나 여기에

묻혀

꽃이 되어도 좋으리

 

 

                                          *김경훈 시집 수선화 밭에서(, 202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