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2021년 제30호에서(3)

김창집 2021. 11. 14. 19:58

코로나 일기 1 김정숙

 

세상은 재난영화

실시간 상영

중이지

 

주연인지 조연인지 밑그림 풍경인지

 

나더러

집에 콕 박혀

카드나 먹고 살라고

 

어떤 풍경 송두영

 

풀들은 그리운 풍경을 복사하지

봄마다 새롭게 피워낸 그 손길

무명비 쓸어안으며

솟아오른 등날이

 

만날 날 멀지 않다 들썩이던 봄날에

동백꽃 피워내 벚꽃들 피워내

끝끝내 놓지 못하는

허리춤의 저 숨결

 

닭가슴살 이애자

 

불면 날아갈까 쥐면 깨질까

 

품을 벗어나도 못 해준 기억만 남아

 

어머니 가슴은 온통 빗살로 그어져 있네

 

번아웃 - 장영춘

 

무기력한 하루가

바다로 흘러들어

 

우연히 게 몇 마리 식탁 위에 놔뒀었지

밤새워 탈출을 꿈꾸다 집게발이 부었을

 

참 먼 길 돌아

예까지 왔었구나

 

구석진 내 방안 고단한 다리를 펴고

턱 하니 참게 한 마리 미라처럼 누워있는

 

산다는 건 모험이야

암호로도 풀 수 없는

 

불면의 밤 일깨우듯 나에게 다가와

어제를 절여놓고서 오독오독 씹었지

 

신도시의 밤 - 한희정

 

1

하천변 둔덕에 산수유꽃 지는 밤

치솟은 고층 아파트 빚투빚투 무성한데

형광색 가로등 아래 오고가는 페르소나

 

2

방풍림 삼나무보다 더 높아서 몇 층일까

세고 또 세어 봐도 자꾸만 놓치고 마는

밤새워 밑줄 그으면 저 꼭대기 가 닿을까

 

3

한번쯤 당당하게 별 볼일은 있어야지

그림자만 밟고 가다 고개 들어 쳐다본 하늘

희부연 열아흐레 달이 비죽배죽 웃는다

 

노름판 강상돈

 

울담 담쟁인 지금 타짜에 당하고 있다

 

현란한 손놀림에 홍단, 청단 다 놓치고

 

노름판 사기 행각에 붉은 속내 드러내는

 

 

                                           * 제주시조시인협회 편 제주시조2021 30호에서

                                               * 사진 : 교래곶자왈공원의 가을(202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