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일기 1 – 김정숙
세상은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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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지
주연인지 조연인지 밑그림 풍경인지
나더러
집에 콕 박혀
카드나 먹고 살라고
♧ 어떤 풍경 – 송두영
풀들은 그리운 풍경을 복사하지
봄마다 새롭게 피워낸 그 손길
무명비 쓸어안으며
솟아오른 등날이
만날 날 멀지 않다 들썩이던 봄날에
동백꽃 피워내 벚꽃들 피워내
끝끝내 놓지 못하는
허리춤의 저 숨결
♧ 닭가슴살 – 이애자
불면 날아갈까 쥐면 깨질까
품을 벗어나도 못 해준 기억만 남아
어머니 가슴은 온통 빗살로 그어져 있네
♧ 번아웃 - 장영춘
무기력한 하루가
바다로 흘러들어
우연히 게 몇 마리 식탁 위에 놔뒀었지
밤새워 탈출을 꿈꾸다 집게발이 부었을
참 먼 길 돌아
예까지 왔었구나
구석진 내 방안 고단한 다리를 펴고
턱 하니 참게 한 마리 미라처럼 누워있는
산다는 건 모험이야
암호로도 풀 수 없는
불면의 밤 일깨우듯 나에게 다가와
어제를 절여놓고서 오독오독 씹었지
♧ 신도시의 밤 - 한희정
1
하천변 둔덕에 산수유꽃 지는 밤
치솟은 고층 아파트 빚투빚투 무성한데
형광색 가로등 아래 오고가는 페르소나
2
방풍림 삼나무보다 더 높아서 몇 층일까
세고 또 세어 봐도 자꾸만 놓치고 마는
밤새워 밑줄 그으면 저 꼭대기 가 닿을까
3
한번쯤 당당하게 별 볼일은 있어야지
그림자만 밟고 가다 고개 들어 쳐다본 하늘
희부연 열아흐레 달이 비죽배죽 웃는다
♧ 노름판 – 강상돈
울담 담쟁인 지금 타짜에 당하고 있다
현란한 손놀림에 홍단, 청단 다 놓치고
노름판 사기 행각에 붉은 속내 드러내는
* 제주시조시인협회 편 『제주시조』 2021 제30호에서
* 사진 : 교래곶자왈공원의 가을(202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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