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김영기 시조집 '갈무리하는 하루'(3)

김창집 2022. 6. 8. 00:15

 

나비

 

소지를 올린 뜻은

나비 환생하시라

 

숙부님

헛무덤에

흩날리는

꽃잎

꽃잎

 

풍장에

사라진 나비

소생하는

봄 들녘.

 

 

 

331

 

그렇게

피웠는데

떨군다, 동백꽃

 

울대가

헐도록

울어댄다, 동박새

 

이승의

그 막다른 길

아아, 43

온다고…….

 

 

 

가는 길

 

고삐 맨

노인을

살찐 소가

끌고 간다

 

학살 터 에돌아 고개 넘는 쇠고집

 

노을빛 상처

화엄을

이고 간다.

 

 

 

다랑쉬에 피는 꽃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절로 오나 보다

불길 지난 자리에 다시 피는 저 들꽃들

핏빛에 진저리치던 오름 위를 수놓는다

 

청미래덩굴 타듯 가슴에 일던 불꽃

슬픔도 세월 가면 가지각색 꽃이 되나

사월의 끝자락에서 하얀 재를 뿌리던 곳

 

넋이나마 오소서 검문 없는 유택으로

긴 봄날 진혼굿 소리 감겨드는 다랑쉬굴

흰 꽃잎 소지 오르니 날아든다, 나비나비…….

 

 

 

들불 축제

 

구랍을 보내면서 움켜쥔 영농일기

 

해동의 들녘 위해 꿈꾸는 나무 되어

 

내 안의 사위던 불씨 불집 한 채를 짓는다

 

억새의 시린 뼈 눈꽃으로 풀어내듯

 

절망에 가라앉는 방패연을 띄워놓고

 

달집에 신기를 넣어 벽사문을 바른다

 

덤불에 엉킨 가식 밀어내는 불 마당에

 

보배인 듯 드러나는 한 치쯤의 진실 하나

 

잉걸에 갈무리하니 올 겨울 따스하겠다.

 

 

                                      *김영기 시조집 갈무리하는 하루(나우출판사, 2010)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