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소지를 올린 뜻은
나비 환생하시라
숙부님
헛무덤에
흩날리는
꽃잎
꽃잎…
풍장에
사라진 나비
소생하는
봄 들녘.
♧ 3월 31일
그렇게
피웠는데
다
떨군다, 동백꽃
울대가
다
헐도록
울어댄다, 동박새
이승의
그 막다른 길…
아아, 4․3이
온다고…….
♧ 가는 길
고삐 맨
노인을
살찐 소가
끌고 간다
학살 터 에돌아 고개 넘는 쇠고집
四․三의
노을빛 상처
화엄을
이고 간다.
♧ 다랑쉬에 피는 꽃
기다리지 않아도 봄은 절로 오나 보다
불길 지난 자리에 다시 피는 저 들꽃들
핏빛에 진저리치던 오름 위를 수놓는다
청미래덩굴 타듯 가슴에 일던 불꽃
슬픔도 세월 가면 가지각색 꽃이 되나
사월의 끝자락에서 하얀 재를 뿌리던 곳
넋이나마 오소서 검문 없는 유택으로
긴 봄날 진혼굿 소리 감겨드는 다랑쉬굴
흰 꽃잎 소지 오르니 날아든다, 나비나비…….
♧ 들불 축제
구랍을 보내면서 움켜쥔 영농일기
해동의 들녘 위해 꿈꾸는 나무 되어
내 안의 사위던 불씨 불집 한 채를 짓는다
억새의 시린 뼈 눈꽃으로 풀어내듯
절망에 가라앉는 방패연을 띄워놓고
달집에 신기를 넣어 벽사문을 바른다
덤불에 엉킨 가식 밀어내는 불 마당에
보배인 듯 드러나는 한 치쯤의 진실 하나
잉걸에 갈무리하니 올 겨울 따스하겠다.
*김영기 시조집 『갈무리하는 하루』 (나우출판사, 2010)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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